표트르 차이콥스키(1840~1893년)는 낭만주의 시대 러시아 작곡가다. 우리에게는 발레곡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 교향곡 6번 ‘비창’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선율적 영감과 관현악법에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젊은 시절에는 러시아 민족주의 음악의 영향을 받았으나, 후반에는 낭만주의 경향 곡을 작곡했다. 집안은 지금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계다. 법학을 전공했지만, 음악원 야간반을 다니면서 작곡가의 길로 나섰다.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초상화. 그가 세상을 뜬 지 일 년 후에 러시아 스몰렌스크 지역 미술 및 응용미술박물관 소장품에서 발견됐다.

우울증은 예술가, 음악가들의 동반자인가. 미국 UC샌디에이고 정신과 코간 교수는 일기와 편지, 후손들과 인터뷰한 내용 등을 통해 차이콥스키가 평생 우울증을 앓았다고 학술지에 발표했다. 본래 차이콥스키는 콜레라 감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53세에 일부러 콜레라에 오염된 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비창은 차이콥스키가 마지막으로 작곡한 교향곡이다. 그가 사망하기 9일 전에 초연됐다. 그는 “모든 영혼을 이 작품에 쏟아부었다”고 했다. 비창(悲愴)은 ‘마음이 몹시 상하고 슬픔’을 뜻하는 한자어다. 그는 자신의 우울증 상태를 극복하려 했고, 작곡을 통해 슬픔, 절망, 좌절을 표현했다고 한다.

요즘은 우울증을 약물 투여는 물론 전기 자극을 뇌에 주어 치료한다.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도파민 회로가 있는 뇌의 왼쪽 앞 전(前) 전두엽에 두개골 밖에서 자기장을 쏴주는 경두개 자기 자극술(TMS)이 이뤄지고 있다. 두개골 밖에서 미세 전류를 흘리거나 초음파를 쏘아 세로토닌-도파민 회로를 활성화하는 치료도 시도한다. 우울증 치료가 정신분석 요법에서, 약물 투여로, 뇌피질을 직접 자극하는 다양한 신경 중재술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전기나 자기장이 인간 정신 감정을 조절하는 시대가 올 듯하다.

우울은 우울이 고친다는 말이 있다. 차이콥스키는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우울할 때 들으면 기분이 되레 좋아지는 비장한 음악을 후세에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