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수십 년 전의 의학적 치료의 결과로 알츠하이머 증상이 발현한 다섯 사례가 발견됐다. 연구자들은 “매우 드문 경우”라면서도 “다른 질병 치료 과정에서 전염된 의인성(醫因性) 알츠하이머병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존 콜링 교수팀은 1959~1985년 시신의 뇌하수체에서 추출한 인간 성장호르몬(c-hGH)을 투여받은 사람들을 연구하던 중 이런 사례가 발견됐다고 29일(현지 시각)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의 아밀로이드-베타 탄백질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고, 일반적으로 중장년 이후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드물게는 유전자 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전적 질환인것으로도 알려져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후천적으로 의인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첫 번째 증거”라고 밝혔다.
c-hGH 투여 방식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치료법이다. 1959년부터 1985년까지 영국에서만 최소 1848명이 다양한 저신장 원인을 치료하기 위해 이 요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감염성 단백질인 프리온에 오염된 c-hGH를 투여받은 사람들이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에 걸렸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1985년 일괄 회수됐다. 이후 c-hGH는 CJD를 전염시킬 위험이 없는 합성 성장 호르몬으로 대체됐다.
연구진은 앞선 연구에서 c-hGH 투여 후 CJD로 숨진 사람들에 대해 분석한 결과 치매 관련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Aβ)가 전염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이에 따른 후속 연구로 실제 사례를 찾아낸 것이다.
연구팀은 어린 시절 c-hGH 투여 이후 CJD에 걸리지 않은 8명의 알츠하이머 환자를 발견했다. 이 중 5명은 38~55세에 초기 치매 증상을 보였고, 2명은 40대에 경도 인지장애 증상을 보였다. 나머지 한 명은 무증상이었다. 초기 치매 증상을 보이는 5명에 대해 조사한 결과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 조기 발병 요인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c-hGH 투여로 알츠하이머가 유발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CJD의 우발적 전염과 관련된 다른 의료 행위로 인해 아밀로이드 베티가 전염될 위험은 없는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존 콜링 교수는 “중요한 것은 드문 상황에서 아밀로이드-베타 병리의 전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향후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의학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