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진작가 헬라 해미드(1921~1992년)는 1970년대 후반 당대 유방암 인식을 바꾸는 저돌적인 사진을 전시에 올렸다. <전사 또는 나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작가로 활동하는 40세 디나 메츠거가 상반신을 벋고, 가슴을 드러낸 채, 양팔을 활짝 벌렸다. 메츠거는 유방암으로 오른쪽 유방을 절제한 상태였다. 팔에서 심장까지 뻗어 있는 유방 절제술 흉터 위에 꽃나무 가지 문신이 담겨 있다. 그 모습에 유방암 환자의 고통과 허무, 암 투병에 대한 결의가 절묘하게 섞여 있다.

미국의 사진 작가 헬라 해미드가 1977년 유방암 수술 받은 여성의 모습을 찍은 사진〈전사 또는 나무〉. /Courtesy of Deena Metzger and the Estate of Hella Hammid.

작가와 모델은 사진을 올리며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으리, 거울 앞에 서는 것을….”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 사진은 유방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키는 전환점이 됐다.

1980년대 많은 여성 환자가 치료 완결성을 위해 유방 전체를 없애는 유방 전 절제술을 받아야 할지, 암 덩어리만 제거하고 방사선 치료를 하는 유방 보존술을 받아야 할지 고민했다. 1987년 미국 전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의 부인 낸시 여사는 유방암 진단을 받고 유방 전 절제를 선택하고, 언론에 공개했다. 이후 많은 환자가 전 절제술을 따라 했고, 그해 보존술은 전년보다 25% 감소했다.

지금은 유방암 환자들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한원식 서울대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요즘 유방외과 의사들은 어떻게 하면 유방을 적게 떼고 모양을 보존할지 고민한다”며 “항암제 치료를 먼저 해서 암 덩어리 크기를 줄여 놓은 다음에 작게 수술하거나, 설사 유방을 다 떼어내야 하는 상황이더라도 전 절제 수술 후에 그 자리에 보형물을 넣는 유방 성형술을 하여 수술한 티가 전혀 나지 않게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유방암은 한 해 약 3만명에게 발생하는 여성 암 1위다. 50대 초반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점점 늦은 나이에 발생하는 추세다. 폐경이 지났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1~2년에 한 번은 증상이 없더라도 유방 촬영술 검진을 받는 게 좋다. 2기 이전에 발견하면 유방암 전사가 되어도 생존율이 95%를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