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김희정 교수가 30대 젊은 유방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진단된 엄마 환자들은 어린 자녀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미안해하고 죄책감까지 느끼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어린 자녀를 둔 유방암 환자의 우울증 위험은 자녀가 없는 환자에 비해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김희정 교수,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 연구팀은 20∼45세에 유방암으로 진단된 환자 699명을 대상으로 자녀 여부와 육아 스트레스, 우울증 위험 등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에서 발행하는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최근 게재됐다.

이들 중 499명은 12세 미만의 어린 자녀를 양육 중이었고, 200명은 자녀가 없었다. 연구는 2020년 6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이들에게 우울증 위험 등을 설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자녀를 둔 유방암 환자는 자녀가 없는 환자에 비해 우울증 발생 위험이 2.3배에 달하는 등 정서적으로 더 불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작 자녀들은 엄마의 유방암 진단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에 참여한 유방암 환자의 자녀들에게 행동평가척도(CBCL) 검사를 실시한 결과, 정서 발달 정도가 정상 범위에 있는 아이들이 87%였다. 일반 평균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젊은 유방암 환자들은 자신 때문에 어린 자녀들의 정서 발달에 영향이 있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희정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진단되면 상대적으로 좌절감이 심할 수밖에 없는데, 어린 자녀까지 있는 경우 우울증과 육아 스트레스 등 정서적 문제에 노출될 위험이 더 커진다”며 “자녀에 대한 미안함 대신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