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가 오면 전국 의료기관의 응급센터가 환자들로 미어터진다. 대개의 병원이 문을 닫은 데다, 명절이라는 특수한 분위기에서 각종 소화기 질환, 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연휴에 발생이 잦은 응급 질환을 미리 숙지하고 미리 대비하거나 예방하는 것이 좋다.

◇연휴, 장염 환자 쏟아져 나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설 연휴 동안의 응급의료센터 통계를 보면, 이 기간 환자 방문은 약 12만건으로 하루 평균 약 2만5000건이었다. 이는 평상시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다. 명절 전날과 당일 응급의료센터 이용이 가장 많았다.

환자들이 응급센터를 찾은 최다 질병은 배탈 설사 등을 보이는 급성 장염이다. 평소보다 2.7배 정도 많다. 서울시 서남지역 권역응급센터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연휴가 되면 응급센터들이 야전병원 같은 전쟁을 치른다”며 “명절 음식이 대개 전이나 밀가루가 들어간 부침 요리인데, 기름져서 소화불량을 잘 일으키고, 많은 가족이 모여서 먹다 보면 과식하게 되어 급성 장염 증세로 응급센터를 찾는 경우가 엄청 많다”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심장질환자나 당뇨병 환자들이 명절의 들뜨고 느슨한 분위기에 술이나 음식을 많이 먹어서 심근경색증이 악화되거나 혈당이 치솟아 위험한 상태로 오는 경우도 많다”며 “만성질환자들은 명절이라도 평소처럼 행동하고, 복용 중인 약을 잘 챙겨 먹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백형선

◇화상, 자상, 각종 사고도 많아

뜨거운 조리 기름이나 끓는 물에 화상을 입고 응급센터를 찾는 환자도 평소보다 3배가 더 많다. 화상을 입었으면, 즉시 찬물이나 얼음이 담긴 젖은 수건으로 덴 자리를 충분히 식혀야 한다. 그래도 살이 빨갛게 부풀어 오르거나 물집이 크게 잡히면 응급센터를 찾아야 한다. 만약 뜨거운 물이 바지나 상의에 쏟아졌다면, 잽싸게 옷을 벗기고, 마찬가지로 덴 부위를 차갑게 식혀야 한다.

명절 연휴에는 칼에 베이거나 깨진 병이나 잔에 찔리는 자상 사고도 많이 생긴다. 남궁 교수는 “주로 남자 환자들이 많은데, 대개 술을 한잔 한 상태에서 평소에 하지 않던 설거지를 하거나 조리를 할 때 자상 사고가 생기고 집안에서 낙상 사고도 생긴다”며 “술을 먹으면 집중력이 떨어지기에 매사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킴 기능이 떨어지는 노약자나 영아가 명절에 평소 안 먹던 떡이나, 밤, 땅콩 등을 먹다가 음식이 기도로 잘못 넘어가 숨이 막히는 경우도 은근히 많다. 특히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을 때나, 흥분하거나 크게 웃으면서 음식물을 삼킬 때 발생한다. 음식으로 기도가 완전히 막혀 말을 못 할 때는 3~4분 이내 음식물을 토해내도록 해야 질식을 막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주변 사람이 하임리히 응급처치법을 해야 한다<그래픽 참조>.

남궁 교수는 “연휴 기간 응급센터는 북새통이어서 제때 치료받을 수 없으니, 만성질환자는 연휴 기간 갈 수 있는 약국이나 의료 기관을 미리 파악해 놓는 게 좋다”며 “평소와 다른 응급 증세가 생기면 먼저 119에 전화하여 의료 상담과 지도를 받고 거기서 필요하다고 판단된 경우에 응급센터를 방문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