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유출(Brain drain). 스마트폰을 옆에 두기만해도 그 자체로 사람의 인지적 과제에 필요한 정신적 자원을 고갈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늘 있어왔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용하지 않는 상태의 스마트폰은 주인의 집중력과 인지력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싱가포르 경영대학이 4000명 이상의 참가자를 포함한 33개의 선행 연구의 데이터를 통합해 스마트폰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인지 테스트 성능을 비교했다. 대상은 인지 테스트는 △억제 조절 △작업 기억 △지능 △주의력 지속 시간 △의사 결정 능력 등이다.
그 결과 스마트폰 유무에 따른 인지 테스트 점수의 전반적인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옆에 두는 것만으로 멍청해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일부 연구와 다른 결과다. “과거 연구들은 표본 크기가 작아 우연일 가능성”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실험 방법에 따른 편차를 없애기 위해 추가 연구도 진행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앞면이 위로 향하게 놓았는지 아니면 뒤집어 놓았는지, 전원을 켰는지 꺼졌는지 등이다. 이러한 요인 중 어느 것도 스마트폰 존재의 유의미하지 않은 인지 효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또 연구팀은 스마트폰 의존성이나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FoMO)과 같은 개인적 특성이 일부 사람들의 인지를 휴대폰의 존재에 더 취약하게 만드는지 여부를 조사했지만, 역시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이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연구진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교실이나 직장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일부 상황에서 일부 개인의 인지 기능을 여전히 방해할 수는 있다. 앞으로의 스마트폰 연구는 이러한 고위험군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