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6일 오후 대구 중구 도시철도 반월당역에서 중절모를 쓴 두 노인이 손을 꼭 붙잡고 서로를 의지해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뉴스1

우리나라 백세인들은 대부분 배우자와 사별 후 30~40년을 홀로 살았다. 그 과정에서 외로움을 극복하는 데는 자식이 최우선이었다. 그런데 자녀에게 의존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대안은 이웃이나 친구일 수밖에 없다.

백세인 조사에서 만난 백 년 우정 백세인을 잊을 수 없다. 강원도 화천군에서 만난 유근철(당시 98세)님은 예금통장을 따로 관리하고 일상용품들을 직접 구입하며 생활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 일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묻자 “그냥 심심해서 일해”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일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느냐고 묻자 “산 넘어 동갑내기 친구한테 놀러 다녀”라고 했다.

산 넘어 찾아간 송기구님은 자식들이 나름대로 성공하였다고 자랑하기에, 왜 자식들과 함께 살지 않느냐고 묻자 “내 땅이 있어서 여기 살아”라며 심상하게 답했다. 그는 이어 “산 넘어 동갑내기 친구가 있어서 좋아. 그래서 서로 오고 가고 해”라고 했다.

그 산 넘어 마을이라는 것이 가는 데 네 시간, 오는 데 또 네 시간이 걸리는 길이었다. 두 백세인은 서로 만나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산을 넘어 오고 가고 있었다. 그렇게 힘들여 만나서 무엇을 하느냐 물었다. “하기는 뭘 해. 그냥 앉아 있다가 오는 것이지. 이 나이 되도록 친구가 있다는 것이 좋아. 그 친구 없다면 어쩌겠어?”

그야말로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이었다. 평생을 이웃하며 백 년 우정을 나눈 친구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었다. 그들은 첩첩산중 강원도에서 우정을 바탕으로 건강 장수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