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건조한 겨울철 공기는 천식 환자들에게 치명적이다. 또 천식은 새벽녘에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밤이 긴 겨울철이 두려운 환자들이 많다. 흔히 천식은 5~6세 소아에게 나타나는 병으로 치부하지만, 뜻밖에 전혀 천식 증상이 없었던 환자에게 60세가 넘어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제대로 관리를 하면 정상인과 비슷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지만, 환자들은 ‘평생 관리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얘기에 좌절한다.
성인의 5%가 천식 환자
천식은 반복적으로 호흡곤란, 기침, 거친 숨소리, 천명(숨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 등이 나타나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특정한 물질에 노출됐을 때 기관지에 염증이 생기고 폐로 연결되는 기관지가 좁아져 기침,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약 5%가 천식을 앓고 있다. 천식과 증상이 유사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경우, 우리나라 국민 40세 이상에서의 COPD 유병률은 14.6%, 65세 이상은 30.2%로 나이가 증가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천식과 COPD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천식의 원인은 일차적으로는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애완동물 털 등의 알레르기로 생긴다. 이상표 가천의생명융합연구원장 겸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알레르기센터 교수는 “천식 병력이 있는 유전, 알레르기 비염을 앓았던 경우, 아토피 피부염, 두드러기가 있는 사람들이 천식에 잘 걸린다”며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에 의해 생기는데 비만인 경우에 천식이 흔하게 관찰되며, 비만 천식 환자들은 정상 체중 환자들보다 폐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동반 질환도 많다”고 말했다.
기침 두 달 이상 지속, 쌕쌕거림 나타나면 빨리 의료기관 찾아야
강성윤 가천대길병원 폐 센터 교수의 얘기다.
-천식이 소아 때만 생기는 병이 아니다.
“60대 이상의 천식 환자 중 40% 정도는 40대 이후에 발현되는 천식으로 보고된다. 천식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이 생겼거나, 아니면 나이가 들면서 폐활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어느 정도의 한계점을 넘어서면 천식으로 발현된다.”
-노인 천식은 소아 천식보다 더 위험한가.
“노인은 소아와 달리 고혈압, 당뇨 등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다. 또 흡연과 관련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폐 기능이 떨어지는 상황과 맞물려서 기도 자체가 폐쇄적인 형태로 변하는 만성폐쇄성질환(COPD)가 흔하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천식과 마찬가지로 고혈압, 당뇨병처럼 평생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노인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치료해야하나.
“맞다. 고령의 환자 중에서 천식, COPD 증상이 있음에도 나이 탓으로만 생각하고 의료 기관을 방문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어서 치료에 걸림돌이 된다. 고령의 환자들은 이외에도 우울증, 정신질환 여부, 경제적인 장애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소아보다 접근이 어렵다.”
혈관 스텐트 시술, 전립선 시술했어도 천식 치료에 문제없어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다른 병이다. 천식은 기관지가 넓어졌다 좁아지기를 반복하지만, COPD는 기관지가 좁아진 형태로 굳어져 회복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천식과 COPD는 구분이 어렵다. 전반적으로 치료법이 비슷하기 때문에 섞어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 내과 교수의 얘기다.
“60대부터 발병률이 늘어나는 노인성 천식의 원인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다. 피부에 염증이 생기는 아토피 피부염처럼 기관지 점막에 생긴다. COPD는 담배 피우는 분들에게 주로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노화와도 관련이 있다. 나이가 들면 폐가 쪼그라들고 폐활량이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혈관에 스텐트시술을 했거나 전립선 관련 수술을 했어도 천식약 복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나.
“전혀 없다. 천식 치료는 고혈압, 당뇨와 같다. 고혈압, 당뇨를 치료하는 것은 당장 증상이 심해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몸에 치명적인 심장 질환, 합병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천식 치료도 앞으로 10년 뒤에 기관지가 더 딱딱해지는 것을 막고자 건강한 폐를 유지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거다. 과거에 어떤 병력이 있든지 수술을 받았든지 천식 치료와는 상관없다.”
-죽는 날까지 관리해야 한다.
“흔히 이런 비유를 한다. ‘얼굴에 에센스를 죽을 때까지 발라야 하나요?’라고 하면 ‘안 발라도 되지만 바르면 피부가 윤택해진다’고 한다. 또 비슷하게 ‘평생 양치를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잇몸병이 생겨도 괜찮으면 안 하셔도 된다’고 한다. 천식은 이와 비슷하다. 물론 중증 천식 환자의 경우에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있지만, 대다수는 제대로 관리를 하면 정상인과 같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간단한 검사로 천식 여부 판별
권혁수 교수가 말한 바로는 알레르기 질환이 밤에 심해지는 것은 천식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염증성 질환은 대부분 밤에 나빠진다. 그 이유는 염증을 없애는 호르몬인 코티졸(부신피질을 대표하는 호르몬)이 오전 6시를 전후해서 분비되다가, 밤이 지나 새벽이 되면 확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기관지는 자율신경계 영향을 받는데, 이는 일상생활을 할 때에는 잘 유지되다가 취침을 할 때에는 숨 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관지 근육이 수축한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폐 기능 검사에서 드러나지 않더라도 위와 같은 천식의 증상이 계속되면 정밀 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
강성윤 가천대 길병원 폐 센터 교수의 얘기다.
“천식 증상이 있고, 기본적으로 가족력이 있으면 의료기관에 방문해서 진찰하면 된다. 폐 기능 검사, 흉부엑스레이 검사는 기본적으로 하고, 그 외에 두 가지 검사를 한다. 병력이 천식에 합당하면 폐 기능 검사를 하는데, 우선 기관지를 넓히는 약을 썼을 때 기본 폐 기능에 비해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보고 진단을 내린다. 또 반대로 기도 과민성이라 해서 기도를 수축시키는 요인들(메타콜린 기관지 유발시험) 등을 통해 기본 폐 기능 대비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보고 합당 된 소견이라고 생각하면 진단을 내린다.”
-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병은 아닌가.
“가장 흔하게 쓰이는 흡입기 치료는 약재 비용의 40% 정도를 환자가 부담하는데 한 달 비용은 1만원대다. 굳이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할 필요가 없이 1ㆍ2차 기관에서도 진단이 가능하다.”
“흡입스테로이드는 증상 없더라도 매일 사용해야”
천식 치료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은 ‘흡입스테로이드의 중요성’이다. ‘스테로이드’라는 단어가 들어가기 때문에 환자들이 꺼리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에서 오는 오류라고 한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의 얘기다.
“흡입스테로이드는 천식과 COPD에 가장 좋은 약이다. 흡입스테로이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
-증상이 없어도 매일 사용해야 하나.
“그렇다. 환자가 흡입스테로이드를 빨아 마시면 약이 기관지로 들어가 기관지 점막 표면에 부착된다. 얼굴에 영양크림을 바르듯이 기관지 점막에 발라지는 것인데, 이 약은 기관지 염증을 없애고 기관지를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스테로이드 약이기 때문에 몸에 나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그렇지 않다. 기관지 외부에 바르기 때문에 몸에 흡수되지 않고, 소량이 몸에 흡수되더라도 99% 이상 분해된다. 피부에 바르는 생분해성 스테로이드 연고와 달리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단순한 관리 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약을 자꾸 흡입하면 내성이 생겨서 약이 잘 듣지 않는 것 아닌가.
“흡입스테로이드는 전신에 영향을 끼치지 않다. 부작용이 없고, 미래의 문제를 위한 대비약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마약류, 수면제 등을 제외하고 지속적인 복용으로 인해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지는 약은 거의 없다. 또 천식 환자들은 담배, 미세먼지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고, 겨울철에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서 인플루엔자 백신, 폐렴구군 백신은 적극적으로 맞는 것을 권장한다.”
천식의 치료방법으로는 흡입스테로이드 외에도 기관지를 확장시키는 기관지 확장제가 있다. 흡입스테로이드를 쓰고 보조제 형태로 쓰이는 약이다. 그 외에 항류코트리엔제, 잔틴계열 등 복용 약이 있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두 종류의 약을 먹는데 흡입스테로이드보다 효과가 떨어진다. 보조로 쓰거나 흡입 스테로이드를 못 쓰는 경우에 치료제로 쓴다”고 했다. ‘정량식 분무제’라고 해서 가루를 빨아 마시는 형태, 캡슐 등 다양한 치료법이 사용된다.
“도라지, 배즙 먹기보다는 운동해야”
의료진들이 천식 환자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운동의 중요성’이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교수의 얘기다.
“노인 천식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나이가 들수록 숙면과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천식 환자는 조절하지 않으면 낮에는 괜찮다가 새벽에 기침하는 등 숙면에 방해된다. 천식 환자 중에서 ‘나는 천식이 있어서 운동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하는 분이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운동을 꼭 해야 하나.
“가뜩이나 운동하기 귀찮고, 무릎도 아픈데 천식까지 있으니까 운동을 하면 위험하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평소에 스테로이드흡입기를 쓰고, 기관지 확장제를 뿌리고 운동하면 숨이 차지 않는다. 기관지 확장제는 여러 번 뿌려도 건강에 무해(無害)하다. 천식이 있어서 2~3층 계단을 올라가면 숨이 찬 것이 아니라, 평소에 운동을 소홀히 해서 몇 계단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다는 얘기다. 노인 천식 환자들 중에는 도라지, 배즙을 먹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것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물론 항산화효과가 있는 음식은 천식에 보조적인 도움을 주지만, 흡입 스테로이드를 매일 사용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