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양인성

최모(60)씨는 최근 몸 이곳저곳이 가려운 증세에 시달렸다. 몸이 피로하고, 밤에 가려움으로 깬 적도 있다. 몸이 건조해서 그런가 보고 보습제를 발랐는데 가려움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 보니 혈중 빌리루빈 수치가 높게 나왔다. 황달의 일종이다. 결국 최씨는 만성 담도염 진단을 받았다. 빌리루빈은 간에서 담관을 타고 소화기로 배출되어야 하나, 담도염으로 빌리루빈이 쌓이면서 혈액을 타고 피부에 들러붙었다. 그것이 말초신경을 자극해 가려움증이 생긴 것이다.

◇가려움증이 때론 질병 신호

요즘처럼 건조한 날씨엔 건조한 공기가 피부를 자극해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나이 들수록 피부 건조가 심해지고, 피부 장벽 지질의 조성 변화 등으로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 온도 변화나 정신적 스트레스에도 가려움증이 늘어날 수 있다. 가려움증은 자려고 누웠을 때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밤에는 긴장을 풀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기 때문에 가려움증을 더 크게 느낀다.

가려움증이 때로는 중대한 질병 발생 신호일 수 있다. 김혜성(피부과)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려움증 클리닉 교수는 “가려움증을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겪는 이들에겐 더 없는 고통”이라며 “특히 6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가려움증은 피부 질환 외에도 전신 질환, 신경학적 질환, 정신 질환과 관련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암은 다양한 화학물질을 방출하여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특히 림프종, 백혈병, 담관암, 췌장암 같은 것은 가려움증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혈액 내 담즙 수치가 높아지는 간 질환이나 담즙 정체성 황달은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대표적 질환이다. 만성 신장 질환으로 혈액 내 노폐물이 축적되어도 가려움증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픽=양인성

◇병원에 가봐야 할 가려움

가려움증으로 병의원을 찾는 환자는 한 해 41만여 명이다. 김혜성 교수는 “가려움증으로 잠을 설칠 정도로 밤에 자주 깨거나,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도 가려움증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병원에 가서 가려움증 원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피부는 멀쩡해 보이는데 가려움증만 극심하게 나타나는 경우나, 가려움증과 함께 체중 감소, 어지럼증, 심한 갈증, 황달 같은 증상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가려움증이 시작되기 전 새로운 약물을 복용한 적 있거나, 함께 사는 가족이나 동거인이 가려움증을 호소할 때도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가려움증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자세한 증상 분석, 약물 복용력, 신체 진찰과 다양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를 차갑게 하는 쿨링 효과를 통해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칼라민 로션과 멘톨 로션, 쿨링 효과와 보습 효과가 함께 있는 도포제가 만성 가려움증에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다. 김혜성 교수는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인 듀필루맙이나 오말리주맙 등 효과적인 신약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며 “가려움증은 초기에 치료받으면 예후가 훨씬 좋기 때문에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려움증이 있으면 얇고 가벼운 옷을 입고 피부를 시원하게 하는 것이 좋다. 긁는 행위가 가려움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긁기보다 냉찜질을 하거나 손바닥으로 문질러주는 것이 좋다. 피부가 건조하면 가려움이 심해지기 때문에 뜨거운 열탕 목욕이나 때를 미는 습관은 자제하고, 보습제를 꾸준히 자주 발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