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증상이 어느 정도여야 병원을 찾아야 할까.
조선일보 의학·건강 유튜브 채널 ‘오!건강’의 마음 치유 방송 ‘너와 나의 F코드(너나코)’가 1일 새로운 편을 공개했다. 우리나라에서 진단 빈도수가 가장 높은 정신질환 ‘우울증’이 주제다.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으로 진단받는 환자 수는 한해에만 100만명이 넘는다. 방송을 진행한 정신과 전문의 나해란 나해란정신건강의학과 대표 원장은 “가면을 쓴 것처럼 괜찮아 보이지만 사실 마음속에 우울증을 가진 ‘가면성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며 “이런 사람들은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날 방송에서 나 원장은 의대생 시절 직접 겪은 우울증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풀어냈다. 나 원장은 “저도 우울증 꽤 오래 앓았다”며 “하지만 처음엔 제가 우울증에 걸린 지 몰랐다”고 말했다. 밤마다 알 수 없는 슬픔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경우만 우울증에 해당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나 원장이 우울증을 깨닫고 병원에 간 계기는 문득 든 생각이었다. ‘아침에 눈을 안 떠도 괜찮지 않을까’, ‘혹시 내가 차에 치인다고 해도 별로 무섭지 않을 것 같다’ 등의 생각이 들자 심각성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다. 나 원장은 “그때 우울증을 진단받아 약도 먹으며 치료를 꾸준히 받게 됐다”며 “우울증이 제대로 찾아오면 진짜 사는 게 버겁다고 느낄 정도로 삶을 무너트린다”고 했다.
우울증의 특징 중 하나는 무기력증이다. 나 원장은 “병원을 찾아온 우울증 환자의 복장의 거의 같았다”며 “후드 티에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세수도 하지 않고 온다”고 말했다. 씻기조차 어려울 만큼 의욕이 없고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그는 “저 역시 우울증이 심할 땐 온종일 잠만 잤다”며 “눈을 뜰 기력조차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이 시기에 게으름 등 자신의 문제로 여기다가 치료 시기를 놓친다. 나 원장은 “집중이 되지 않고 멍하거나 들어도 기억이 안 나고, 쾌감에 대한 욕구가 없어진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심해지면 중도포기나 과격한 행동, 피해의식으로도 연결된다”고 했다.
나 원장은 우울증 환자를 대하는 법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나 원장은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라면 굳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추천한다”며 “‘힘내’, ‘그건 우울한 게 아니야’ 같은 말은 꼭 피해야 할 말”이라고 했다. 오히려 친한 사이라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일상적인 대화를 하며 상대에 공감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나 원장은 “무언가를 권유하기보다 ‘쉬어가도 괜찮다’, ‘지금까지 열심히 했다’ 같은 공감과 지지의 말이 도움된다”고 했다.
너나코는 매주 목요일에 공개된다. 자세한 이야기는 유튜브에서 ‘오건강’을 검색하면 볼 수 있다. 다음 편에선 우울증에 대한 다양한 시청자 질문에 나 원장이 답하는 Q&A 시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