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면시간이 3~5시간에 불과한 사람은 7~8시간을 자는 사람보다 2형 당뇨병 발병률이 최고 40%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이런 만성 수면 부족으로 인한 당뇨병 위험을 건강한 식습관으로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스웨덴 웁살라대학 연구팀은 5일(현지시각) 미국의학협회 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을 통해 수면시간과 당뇨병간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영국 성인 24만7867명의 수면시간·식습관·당뇨병 발병 여부 등을 평균 12년간 추적 관찰하는 시작으로 진행됐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55.9세였고 관찰 기간 중 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7905명(3.2%)이었다.
연구팀은 먼저 대상자들을 하루 수면시간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눴다. 정상 수면(7~8시간)인 A그룹, 약간 짧은 수면(6시간)인 B그룹, 극히 짧은 수면(3~4시간)인 C그룹이다. 또 붉은 육류·가공육·과일·채소·생선 섭취량 등을 기준으로 식습관 점수를 매겼다. 가장 건강하지 않은 0점에서 가장 건강한 5점까지다.
그 결과 C그룹은 A그룹보다 당뇨병 위험이 일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건강한 식습관이 위험을 어느 정도 낮추긴 하지만 수면시간이 6시간 미만이라면 여전히 높았다. 상세한 수치를 보면 A그룹과 비교했을 때 B그룹은 당뇨병 위험이 16% 높았고, C그룹은 무려 41%나 높았다. 건강한 식습관은 그렇지 않은 식습관보다 당뇨병 위험이 25% 낮았지만, C그룹의 경우 건강한 식습관을 가졌더라도 발병률은 거의 유지됐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티안 베네딕트 교수는 “건강한 식습관이 당뇨병 위험 측면에서 수면 부족을 보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최초의 연구”라며 “이 결과는 우려를 초래하기보다 수면이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뇌졸중, 인지능력도 위험… 적정 시간은 7~8시간
적당한 수면시간이 건강에 미치는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여러 번 보고된 바 있다. 아일랜드 골웨이 국립대 연구팀은 하루 수면시간이 평균 7시간인 사람에 비해, 5시간 이하로 적은 사람의 뇌졸중 발생률이 3배 높았다고 밝혔다. 9시간 이상으로 과하게 많이 자는 사람의 경우도 2배 이상이었다. 낮잠을 1시간 이상 자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위험이 88% 높았다.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증 등 자는 동안 호흡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이라면 그 수치는 91%까지 올라갔다.
호주 국립대 연구팀도 평균연령 54세 중년 2만9545명의 뇌 스캔 기록과 수면 습관 정보를 들여다본 결과, 하루 수면시간이 6시간 이하이거나 9시간 이상인 사람에게서 문제가 발견됐다고 했다. 적정 수면시간인 7~8시간을 자는 사람에 비해 뇌 용적이 적고 기억력과 반응 시간 등 인지 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당뇨병과 관련된 다른 연구도 있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하루 수면시간이 8시간인 사람을 기준으로 두고 당뇨병 발병률을 비교해 봤을 때, 5시간인 사람은 2.9배, 12시간인 사람은 3.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연령·교육 수준·항우울제 복용·수면제 복용·신체 활동량·식습관·음주·흡연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해도 5시간 자는 사람이 2.6배, 12시간 자는 사람이 1.8배 높았다. 너무 긴 수면시간 역시 당뇨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건강한 잠자기의 조건은 무엇일까. 앞서 미국 하버드 의대와 이스라엘 디콘세스 메디컬 센터 공동 연구팀은 좋은 수면 습관으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하루 7~8시간 잠자기 ▲중간에 깨지 않기 ▲일주일에 2번 이상 잠드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 ▲일주일에 5일 이상 잠잔 후 충분히 쉬었다고 느낄 것 ▲숙면을 위해 약을 먹지 말 것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