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봉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혈압을 재면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 두 수치를 얻는다. 심장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혈관으로 피를 뿜어내는데, 심장이 압축할 때 혈압이 수축기 혈압이고, 확장할 때의 혈압이 이완기 혈압이다. 정상 혈압은 수축기/이완기 120/80 (mmHg) 이하이고 고혈압은 140/90 이상이다. 고혈압이 있으면,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데,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어 왔다.

세계 최고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됐다. 미국인 130만명을 대상으로 수축기, 이완기 혈압을 반복적으로 측정한 후, 8년간 추적 관찰하면서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을 조사한 연구였다. 18.9%에게서 고혈압이 관찰되었는데, 이 중 심근경색증은 2만4681명, 뇌졸중은 1만6171명, 뇌출혈은 3334명이 발생했다.

정상인에 비해서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인 경우는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표준 편차당 18%, 이완기 혈압이 90 이상인 경우는 6%가 높았다.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어도 혈압이 높으면 심혈관계 질환은 비슷한 빈도로 발생했다.

혈압이 높으면,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해 동맥경화증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심장과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수축기, 이완기 고혈압 모두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지만, 수축기 고혈압이 좀 더 위험하다.

고혈압이 있다면, 수축기, 이완기 혈압 모두 정상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