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멍게에서 추출한 항암 약물의 작용 기전을 밝혔다. 암세포의 DNA 손상 복구를 막는 역할을 하는 약물로, 복구 기전이 밝혀진 만큼 항암 효과를 높이는데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올란도 쉐러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의 샤나스털라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암세포의 DNA 회복을 막아 항암 치료에 활용되는 약물 ‘트라벡테딘’의 작용 기전을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트라벡테딘은 카리브해 멍게 엑티나시디아 터비나타(Ecteinascidia turbinata)에서 최초로 추출된 항암 약물이다. 대부분의 항암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암의 DNA 손상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작용하지만, 트라벡테딘은 항암 치료 후 DNA 손상 복구 능력이 뛰어난 암세포에 더욱 독성을 갖는다. 통상 암세포는 항암 약물에 대응해 DNA 손상을 복구하는 기능을 활성화해 항암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
연구팀은 DNA 단일 가닥 절단까지도 미세하게 감지할 수 있는 고효율의 ‘코멧(COMET) 칩’ 실험으로 트라벡테딘의 효과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자외선에 의한 DNA 손상은 뉴클레오타이드 절제 복구 과정을 거쳐 곧 복구됐지만, 트라벡테딘에 의한 DNA 손상은 복구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연구진은 트라벡테딘에 의해 유발된 DNA 손상을 정확하게 식별하고 위치를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트라벡테딘은 암세포의 DNA 복구 핵심 메커니즘 중 하나인 ‘TC-NER’ 과정에서 색소건피증 단백질-G(XPG)에 의한 DNA 절단 작용을 막아 복구 과정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새롭게 발견한 사실은 트라벡테딘이나 다른 항암제가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 된다. 논문의 제1저자인 손국 박사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특정 암세포 유형에 대한 트라벡테딘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