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에이즈의 날 홍보 포스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완전히 제거하는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앞선 연구에서는 일부 면역 세포에서만 HIV 제거가 가능했던 치료법이 더 진화한 것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UMC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HIV 완전 제거에 성공했다고 20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다음달 열릴 유럽 임상 미생물학 및 전염병 회의(ECCMID) 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불치병인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유발하는 HIV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HIV가 숙주의 DNA 게놈과 완전히 통합하는 능력이 있어서다. 현재 HIV 감염 치료는 항바이러스 약물을 사용해 HIV가 복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인체에서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치료를 중단하면 HIV가 재감염될 수 있어 평생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HIV를 DNA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방식의 치료를 시도했다. 보존된 HIV 염기서열에 대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와 2개의 gRNA를 사용해 알려진 모든 HIV 균주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유전자 가위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새롭게 만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치료제를 이용해 HIV에 감염된 T세포 치료에 성공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우리의 목표는 강력하고 안전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개발해 다양한 세포에서 HIV 균주를 비활성화하는 ‘포괄적인 HIV 치료’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성공은 실험실에서 이뤄진 것으로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연구진은 “앞으로 크리스퍼 치료제와 수용체 표적 시약을 결합하고 전임상에 들어가 결합 된 치료 전략의 효능과 안전성을 자세히 연구 할 것”이라며 “아직 출시를 논하기엔 이르다”고 했다.

전 세계 에이즈 환자는 약 4000만명에 이르고 국내에도 1만5000여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에이즈 증상을 막는 약이 개발돼 사망률이 크게 감소했지만 완치는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