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먹은 점심 메뉴가 기억나지 않는다면 병일까. 요즘 떠오르는 신조어 중 하나는 ‘영츠하이머’다. 젊음을 뜻하는 영단어 ‘영(Young)’과 대표적인 치매 질환인 ‘알츠하이머’를 합친 말로, 40대 이하 젊은 나이에도 무언가를 깜빡하는 사람이 늘면서 생긴 유행어다. 많은 사람이 건망증이 심해진다고 느끼면 ‘초로기 치매(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치매)’를 의심한다.
조선일보 의학·건강 유튜브 채널 ‘오!건강’의 마음 치유 방송 ‘너와 나의 F코드(너나코)’가 21일 현대인의 만성질환처럼 떠오른 기억력 문제에 대해 다뤘다. 방송 진행자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나해란 나해란정신건강의학과 대표 원장은 “건망증 증세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원인 대부분은 치매보단 스트레스”라며 “20~40대 환자 중에선 치매에 걸린 경우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젊은 나이에 건망증이 심해졌다면 보통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거나, 여러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뇌 속에 있는 기억 저장 창고인 ‘해마’는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일을 하면 일 처리 속도에 지연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기억을 완전히 잃는 기억상실증이 발생했더라도 나이에 따라 주원인은 다르다. 40대 이하라면 대체로 ‘일과성구상기억상실(TGA)’일 가능성이 크다. 혈관 문제나 뇌 질환이 아닌 심리적 또는 정서적 충격에 따라 단기적인 기억상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나 원장은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로 방어기제가 작동하며 무의식이 기억을 누르는 것”이라며 “대부분은 하루 안에 회복한다”고 말했다. 40대 이상의 나이에 기억상실이 발생했다면 ‘일과성허혈발작(TIA)’를 의심해볼 수 있다. 뇌 일부로 가는 혈류가 부족해 발생하는 증상으로 뇌졸중과 유사하다. 보통 한 시간 정도 후에 사라져 뇌 손상을 유발하진 않는다. 이밖에 우울증 역시 기억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기억력을 개선하기 위해선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나 원장은 “잠을 자는 시간에 많은 스트레스가 자연적으로 치유된다”고 했다.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면 산책이나 설거지, 청소 등 단순 업무에 집중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 원장은 “몸에 집중하는 시간은 뇌가 쉬는 시간”이라며 “15~20분 정도 정해놓고 단순활동을 하면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너나코는 매주 목요일에 공개된다. 자세한 이야기는 유튜브에서 ‘오건강’을 검색하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