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1970년대 1% 미만이던 당뇨병 유병률이 2010년 10.1%, 2020년 16.7%로 증가하였다. 선진국병이라는 당뇨병 유병률이 이제는 서구 나라들을 능가할 정도가 되었다. 당뇨병은 인슐린 기능 저하로 혈당 조절 기능이 약화돼 발생한다.
그런데 이 당뇨병이 혈당이나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과 전혀 관련이 없는 잇몸 질환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가. 당뇨병과 잇몸 질환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 잇몸 질환은 당뇨병 발병을 2배 높이고, 당뇨병은 잇몸 질환을 3배 높인다. 치주염은 만성 염증을 유발하며, 이는 혈당 조절이 제대로 작동 안 되는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킨다. 치주염은 면역 체계를 약화시켜 인슐린 생산을 방해하는 자가면역 반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잇몸 질환이 당뇨병 합병증 발생률을 4배 이상 높인다는 통계도 있다.
반면 당뇨병 환자의 높은 혈당은 잇몸 염증을 악화시켜 치주염 발생 위험을 높인다. 당뇨병은 혈관에 손상을 주고, 이는 잇몸 조직으로 가는 혈액 공급과 산소 공급을 감소시킨다. 당뇨병 환자는 구강 건조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데, 구강 건조증은 침샘 분비를 감소시켜 침의 양을 줄이고, 잇몸을 보호하고 세균을 제거하는 역할을 떨어뜨린다. 현재 우리나라 잇몸 질환 유병률은 70%에 달하니, 최근의 당뇨병 증가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이처럼 구강이 전신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개념의 의학을 상류 의료라고 한다. 이는 일본의 내과 의사들이 창시한 새로운 의학 개념으로 내과 의사 이마이 가즈아키는 ‘인간의 몸에 입과 코가 상류이므로 먼저 입과 코를 깨끗이 하고 나서 전신을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이전에는 치료가 가능하지 않았던 많은 질병을 치료하였다. 아이다 요시테루 박사가 쓴 ‘치과 의사는 입만 진료하지 않는다’는 책에서 상류 의료 개념을 주장하며 치과 의사와 일반 의사의 의식 개혁을 촉구하였다. 그는 더 좋은 의학을 위해서 의사와 치과 의사의 연계를 주장하였다.
상류 의료와 연관된 일본 어부들의 흥미 있는 일화가 있다. 일본 미야기현의 어부들은 ‘하구 지역에서 신선한 굴조개를 키우려면 강의 상류를 깨끗이 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이를 위해 ‘굴조개 숲을 쫓는 모임’을 결성해 지역의 댐 건설 계획을 폐기시켰다고 한다.
다시 구강 건강과 당뇨병 이야기로 돌아오면, 당뇨병의 3대 합병증은 당뇨병성 망막증, 당뇨병성 말초신경장애, 당뇨병성 콩팥병인데 이 중 30~40%를 차지하는 당뇨병성 콩팥병 환자가 잇몸병에 의해 중증화되면 심근경색과 뇌졸중이 일어나기 쉽고, 그 경우 5년 생존율이 5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당뇨병은 잇몸 질환을 악화시키고, ‘잇몸 질환은 당뇨병을 악화시킨다’는 부정적인 악순환이 두 질환 간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준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들의 구강 관리는 전신 건강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당뇨병 환자들은 특히 다음과 같은 구강 관리 수칙을 지켜야 한다.
1. 적어도 3개월 간격의 정기적인 잇몸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치석 제거에서 나아가 잇몸과 치아 사이의 세균 집합소인 치주낭(Periodontal Pocket)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 치과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2. 하루에 적어도 식후 3회의 양치질을 하는데 이때도 치주낭의 세균 제거를 목표로 해야 한다. 칫솔모를 잇몸과 치아 사이 틈으로 넣고서 회전하면, 치주낭의 구강 세균을 제거할 수 있다.
3 치실, 치간칫솔, 혀 클리너 등 구강 보조 용품 사용을 권장한다. 이를 통해 구강을 좀 더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4. 물로 치간 사이를 세척해 주는 구강 세정기(워터픽) 사용도 권장한다.
5. 금주, 금연은 필수다. 특히 흡연은 입을 마르게 하여 세균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6. 평소 수분 보충을 잘해야 한다. 물은 목마르기 전에 마시는 원칙을 갖는 게 좋다. 하루에 10~15컵을 마시자
구강이 전신 건강 입구다. 구강 관리 잘하는 사람이 건강하게 장수한다는 점 잊지 말자.
치의학 박사 박인출
박인출 원장은 교정과 전문의로, 두경부 해부학 박사다. 새로운 치과 서비스 방식으로 돌풍을 일으킨 예치과 창립자이기도 하고, 한국병원 네트워크 창시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구강 건강이 전신 건강이라는 모토 아래 구강 의학을 전파하고, 비강에서 인두 후두로 이어지는 숨길 의학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