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이 실제로 여성의 생물학적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8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노화센터 연구진은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생물학적인 나이가 더 많으며, 여러번 임신한 여성의 경우 노화는 더욱 가속화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과학저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진은 필리핀의 20~22세 여성과 남성 1735명을 대상으로 임신 이력과 DNA 샘플을 조사했다.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유전적 도구인 ‘후성유전학적 시계’를 활용해 실험 참가자들의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했다. 분석 결과,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6개의 모든 후생유전학적 시계에서 노화가 가속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에는 유산, 사산, 정상 출산이 이뤄진 임신이 모두 포함됐다.
이는 사회경제적 지위, 흡연 이력, 유전적 위험 요인 등 생물학적 노화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을 통제했을 때에도 유효했다. 연구진은 또한 임신 횟수가 많은 여성이 임신 횟수가 적은 여성보다 노화가 더 빨리 진행되는 것을 발견했다. 남성의 경우 임신 횟수는 후생유전학적 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캘런 라이언 컬럼비아대 노화센터 연구원은 “우리 연구 결과는 임신이 생물학적 노화를 가속화하고 이러한 효과가 젊고 출산율이 높은 여성에게 명백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도 “우리는 노화 과정에서 임신의 역할과 생식의 다른 측면에 대해 아직 밝혀내야 할 것이 많다. 또 생물학적 노화가 수십 년 후 건강이나 사망에 영향을 줄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연구에서는 임신으로 노화가 가속화하지만 임신 후, 특히 산모가 모유 수유를 할 때 이러한 변화가 역전되는 징후도 확인됐다. 최근 예일대 의대 아동 연구 센터(YCSC) 연구팀은 임신이 생물학적 연령을 1~2년 증가시키지만, 산후 3개월이 지나면 노화 속도가 16%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주저자인 키어란 오도넬 조교수는 “임신이 노화를 가속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산후에는 분명하고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