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학적으로 완전 채식을 권장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비타민B12가 없다는 점이다. 비타민B12는 조혈 기능과 신경 기능을 강화하고, 인지 기능 저하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고령자에게 보강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백세인 혈중 비타민B12 농도를 분석해 보니 정상 수준이었다. 이 사실을 별생각 없이 국제장수심포지엄에서 ‘한국 백세인의 영양 상태’라는 주제로 발표하였다. 그러자 미국의 저명한 학자가 “채식 위주인 한국 백세인의 비타민B12 수준이 왜 정상인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하였다. 비타민B12는 고기에만 있고 채소에 없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필자는 그때 제대로 답변을 못 했다.
귀국하여 바로 우리 식단의 비타민B12 급원을 찾다가 ‘유레카!’를 외칠 수 있었다. 바로 된장, 간장, 청국장, 고추장과 김치 등 발효 식품이었다. 원재료인 콩이나 채소 또는 두부에도 없던 B12가 발효 과정을 통하여 생성되었음을 밝혔다. 다음해 국제영양학회에서 이를 발표하여 한국 전통 식품의 위상을 높였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인류를 수확한 그대로 자르거나 갈거나 말려서 날 것으로 먹는 쪽과 끓이거나 굽거나 쪄서 익혀 먹는 쪽으로 이분하였다. 삭힌 음식을 먹는 제3의 ‘발효 인류’가 존재함을 간과하였다. 식품을 장기간 보존하고자 개발한 발효는 인류에게 맛과 영양 측면에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필자는 앞선 칼럼에서 한국 장수인 식단의 공통점으로, 첫째 고기 굽지 않고 삶아 먹기, 둘째 나물 데쳐 먹기를 꼽았는데, 셋째는 발효 식품이다. 발효를 통해 영양소를 보완하는 한국의 전통 식단은 세계 최고 장수 식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