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있는 노르망디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푸른색 바다를 많이 그린 프랑스 화가 라울 뒤피(1877~1953년). 그는 ‘기쁨의 화가’ ‘색채의 화가’로 불린다. 삶의 기쁨을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했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가난한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 때부터 돈을 벌어야 했던 뒤피는 15세부터 미술 학교에 다니며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다. 처음에는 인상주의에 심취했다가 마티스 작품에 빠지면서, 원색을 대담하게 사용하고, 거친 형태를 특징으로 하는 야수파 화가로 살았다. 밝고 경쾌한 음악적인 화풍으로 평생 삶이 주는 행복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그는 말년에는 그림에 검은색을 자주 썼다. 류머티즘 관절염에 시달리기 시작한 이후다. 뒤피는 혹독한 통증을 견디면서도 대지와 바다, 자연에 대한 찬가, 들판에서 노동하는 풍경 등을 그렸다.
뒤퓌가 앓은 류머티즘 관절염은 자기 면역세포가 자기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관절 내 활막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국내 류머티즘 인자 양성인 환자는 14만명에 이른다. 주로 50~60대 여성에게 생긴다.
방소영 한양대구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주로 큰 관절보다는 손과 발 등 작은 관절에 염증이 발생하는데, 폐, 혈관 등 다양한 곳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며 “처음 시작은 손의 관절통이 많은데, 손가락 중간 마디와 손바닥 부위를 잘 침범하여 주먹을 꽉 쥘 수 없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뒤피도 같은 이유로 붓을 손에 쥐기 힘들어했다.
치료는 단순히 통증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 활성도를 줄여서 관절의 구조적인 손상을 막는 데 있다. 방소영 교수는 “발병 초기에 빨리 진단하고 질병 활성도와 예후를 고려하여 적극적인 약물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최근 다양한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어 류머티즘 관절염은 더 이상 불치의 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뒤피는 “내 눈은 못난 것을 지우게 되어 있다”고 했다. 실제 자가면역질환에서 긍정과 낙천은 질병 극복에 도움을 준다. 암울할수록 세상을 밝게 그린 뒤피는 결국 ‘기쁜 그림’만 남기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