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군의 백세인 김휴갑씨는 매우 독특한 분이었다. 젊은 시절 소 장사를 해 푼푼이 모은 돈으로 수복 지구 첩첩산중 내린천 지역 땅을 많이 사두었는데, 최근 그곳이 관광지가 돼 큰 부를 얻었다. 그런데 102세 김옹(翁)은 여전히 재산을 직접 관리한다.

면사무소에서 나온 사회복지사가 재미난 사실을 살짝 귀띔해 주었다. 백세인은 혹시 자기 모르게 재산 분실 사고라도 날까 봐 매주 면사무소에 가서 지적도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백 살이 넘어서도 재산과 주변을 꼼꼼히 관리했다. 또한 김옹은 읍내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시장에 버스 타고 나다니며 항상 바쁘게 몸을 움직이며 살았다. 곁에서 조금 쉬도록 권장하면 “가만 있으면 뭘 해” 하면서 오히려 쉬라는 말을 나무란다고 한다.

이런 점은 백세인의 공통적 면모다. 장수인들은 쉼 없이 부지런하게 일을 찾아 하였고, 집안이나 동네 대소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자식들은 일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백세인의 적극적 참여와 꼼꼼한 행동은 건강 백세를 이루는 조건임이 분명하다.

2019년 5월 7일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가운데 서울 노원구청에서 열린 경로잔치에 참석한 관내 거주 100세 이상 어르신들이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오종찬 기자

인간으로 존재하는 한 지적 활동은 마땅히 그러하여야 할 바이다. 학문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의 지적 활동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명이 유지되고 있는 한 인간이 추진하는 모든 일상 활동은 지적 판단을 통하여 꼼꼼하게 이루어져야만 한다.

정말 늙음은 무엇이고 나이란 무엇인가? 나이 탓하지 않고 신체 활동 못지않게 지적 활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백세인을 보면서 새삼 지적 건강과 장수가 가져다 주는 의미의 소중함을 되새겨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