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에 얼굴색이 좋아졌다, 젊어졌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실제로 몸 컨디션은 매우 좋다. 밤에 화장실도 안 가고 숙면하게 되며 마음도 편안할 때가 훨씬 많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등공신은 아무래도 ‘명상’인 것 같다. 8년째 계속돼온, 처음엔 단 5분도 어렵다가 이제는 아침 한시간씩 거뜬히 하는 ‘루틴’의 누적된 결과라고 할까.
신경생리학적으로 명상의 효과는 자율신경계 중 이완과 휴식을 담당하는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심신을 이완→평정으로 인도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등공신이 미주신경(vagus nerve)이다. 우리 뇌 깊숙한 곳에서 시작해 심장을 거쳐 창자에까지 들어가는 가장 긴 신경조직인데 호흡, 소화, 심박수, 각종 감각, 운동신경 등을 관장하며, 심신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도표 참조>
# 미주신경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은 명상이 아니라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산책, 특히 자연과 어우러진 공원이나 숲속 산책이다.
이때 산책도 특별한 마음가짐, 즉 ‘경외감(awe)’을 갖고 임하면 더욱 건강 효과가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경외감은 설렘과 새로움, 두려움과 경이로움을 포함한 감정을 뜻한다. 어린이들이 가지는 순수하고 호기심 넘치는 마음, 즉 ‘초심자의 마음(beginner’s mind)’과 비슷하다고 할까.
따라서 경외감 산책은 밖으로 나가 산책할 때 마주하는 대상들에게 이러한 경이로움과 공경의 감정을 가지고 바라보고 자연을 만끽하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경외감을 연구해 온 미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다처 조셉 켈트너 심리학과 교수는 ‘경외감 산책(awe-walk)’이 우울증 환자 뿐 아니라 평소 스트레스에 지쳐 생의 의욕이 떨어진 일반인들에게 좋은 에너지 충전법이라고 설명한다.
작년 1월 발간한 ‘경외감(Awe): 일상의 경이로움이 당신의 삶을 어떻게 변화 시키는가’라는 저서를 통해 그는 경외감이 심신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한다.
경외감을 느낄 경우 척수 윗부분에 위치한 신경다발인 미주신경이 활성화된다. 심박수가 낮아지고 긍정호르몬이 배출되며, 심신을 평화롭고 행복한 상태로 인도한다.
켈트너 교수는 “인간의 몸은 경외감을 느끼면서 더 큰 세계를 향해 확장된다”면서 “그렇다고 풍광 좋은 멋진 곳을 찾아 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면 충분히 경외의 대상이 될 만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75세 이상의 우울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경외감 산책 실험’을 진행하면서 다음 조건을 따를 것을 지시했다.
해당 조건은 바로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어린아이처럼 바라보며 신비감과 경이로움을 따를 것’이었다. 길가에 핀 꽃부터 하늘 전체를 뒤덮은 일몰 등이 경외의 대상으로 작용했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타인의 친절이나 호의, 관대함 등 도덕적인 아름다움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음악을 듣고 미술 작품을 바라보며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따라가는 것도 경외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켈트너 교수는 8주간 진행한 결과 실험 참가자들의 만성적 불안감과 고통이 크게 해소되었고, 자기(self)에 연연하는 태도가 주변에 대한 건강한 관심으로 대체됨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 이밖에도 미주신경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은 많다. 심호흡, 스트레칭, 단전호흡, 태극권, 요가, 필라테스, 마사지가 대표적이다. 또 웃음, 춤, 놀이, 포옹, 사우나, 찬물샤워도 좋다. 달리기, 수영, 줄넘기 등 운동을 마친 후에도 미주신경은 활성화된다.
요컨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함으로써 잡념을 잊고 심신이 편안해지는 것이라면 좋다. 시・음악・미술 등 감상이나 창작활동, 요리, 텃밭 가꾸기, 친절 베풀기, 기도, 종교 활동도 미주신경을 활성화한다. 이런 방법을 많이 아는 사람일수록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이다.
명심할 점은 하루 이틀이 아니라 꾸준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몸에 좋은 음식과 약도 장복(長服)해야 하듯이 말이다.
▶<마음건강 길>에서 더 많은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