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인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어르신들이 가슴에 카네이션 배지를 달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뉴스1

가족 구성 형태가 대가족에서 소가족으로 변하더니, 이제는 혼자 사는 독거 위주로 변하고 있다. 그동안 효(孝)가 고령자 부양의 중심축이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도 없고 그럴 사람도 없게 됐다. 게다가 노동 인력 감소, 연금 고갈, 고령자 건강보험 지출 급증 등으로 젊은 세대와 고령 세대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세대 통합이 절실해졌다.

얼마 전 100대, 90대, 80대, 70대, 60대 인사들이 모여서 함께 식사하며 담소하는 자리를 가졌다. 오십 년이 넘는 나이 차에도 서로들 편안하게 세상 이야기와 개인 삶, 앞날에 대한 우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했다. 백 살 아흔 살이 넘은 인생 선배들 앞에서 칠십 대인 필자는 다시 어려질 수밖에 없었고, 어르신이라는 호칭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르신들은 자식뻘 손자뻘 ‘노인’들이 하는 말을 끝까지 경청하면서 담담하게 소회를 말해 주었다.

대화 끝 무렵 백세인의 말씀이 귀에 삼삼하게 남아있다. “요즘 한 해는 젊은 시절의 십 년에 버금가네. 그래서 하루하루가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네.” 그는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도 “백 리를 가려면 구십 리 왔을 때 반쯤 왔다고 생각하라”는 옛 가르침을 성실하게 실천하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삶의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오십 년이 넘는 나이 차에도 허심탄회하게 환담을 나눈 자리는 바로 세대 통합과 세대 합치 세상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고령 사회로 갈수록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존중하며 개인의 독자성을 인정하는 일이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