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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많은 이들이 의학 상식으로 저밀도 지질단백질(LDL)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나쁜 놈’, 고밀도 지질단백질(HDL)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를 줄이는 ‘좋은 분’이라고 알고 있다. 동맥경화 방지에 관심이 쏠렸던 이 HDL 콜레스테롤(이하 줄여서 HDL-C)이 최근 치매 예방, 염증 개선, 항산화 효과로 인한 노화 방지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HDL-C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주목받는 고밀도 콜레스테롤

지난 19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HDL 학회에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뇌건강센터 쉐릴 웰링톤 교수는 “혈액 속의 HDL-C 속 지질단백질 성분이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여 뇌 안으로 들어가 뇌 속에 쌓여서 치매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퇴행 물질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에 달라붙어서 뇌척수액 쪽으로 끌고 나오는 것이 실험 연구로 입증됐다”며 “HDL-C를 높이면 치매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콜레스테롤은 세포 성장에 필요한 영양 물질이다. 콜레스테롤은 지질단백질이라는 운반체에 붙어 이동하는데, 저밀도 지질단백질(LDL)은 콜레스테롤을 세포 안으로 밀어 넣는 역할을 한다. 영양 부실로 체내 콜레스테롤이 부족했던 수백만 년 전의 기아 시대에는 LDL이 그런 활동을 열심히 하여 콜레스테롤이 가난했던 몸의 세포들을 먹여 살렸다. LDL-C 덕에 인류가 생존한 셈이다. 반면 HDL은 쓰고 남은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가져가 소각하는 역할을 한다.

조상으로부터 LDL 활성 체질의 몸을 받은 현대인에게 상황은 역전됐다. 영양 과잉으로 콜레스테롤이 체내에 넘쳐 나면서, LDL 과잉으로 콜레스테롤을 세포에 실어 나르게 됐다. 특히 혈관벽 내부에 콜레스테롤이 퇴적해 쌓이면서, 동맥을 좁고 딱딱하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심근경색증과 뇌경색이 급증했다. 이제는 퇴적된 콜레스테롤을 빼내서 소각시키는 HDL이 분발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아울러 HDL-C는 피가 굳는 혈전을 줄이고, 자가 면역 질환에서 염증을 시킨다. 고령자의 혈액을 조사한 결과, HDL-C가 일반인에 비해 높게 나타나 장수인자로도 꼽힌다.

그래픽=양인성

◇양질의 HDL-C 높이려면

적정 콜레스테롤 수치(mg/dL)는 총 콜레스테롤이 200 미만, LDL-C는 130 미만이다. HDL-C는 60 이상이 좋다. 레이델HDL연구소 조경현 원장(전 영남대 교수)은 “선천적으로 HDL 수치가 100(mg/dL) 이상으로 극도로 높은 경우가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심장병 발병 위험이 되레 높다”며 “유전적으로 유사 HDL이 많은 탓으로, 양질의 HDL-C를 많이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LDL-C를 낮추는 약물은 리피토·조코 등 다양한 스타틴 계열 약물이 나와 의사 처방에 따라 쓰이고 있다. 하지만 HDL-C를 높이는 약물 개발에는 실패했다. 약물로 HDL-C를 높이는 효소를 자극했더니, 심장 부작용이 늘어난 탓이다.

양질의 HDL-C를 높이려면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 정기적인 유산소 운동과 충분한 수면, 적정 체중으로의 전환은 HDL-C를 높인다. 쿠바산 폴리코사놀과 올리브오일, 아보카드, 견과류 등 단일불포화 지방, 과일·채소·전곡류 등 섬유질 함유 음식, 베리·다크 초콜릿 등 항산화 식품을 섭취해도 도움이 된다. 흡연과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 설탕과 단순당 음료 과다 섭취는HDL-C를 떨어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