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시민들이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요가를 배우고 있다./뉴시스

여름철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야외 활동을 하고 나면 식욕이 늘어 양껏 먹게 되지만, 의외로 체중이 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결과를 통해 새로운 비만 및 대사질환 치료 전략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이동훈 교수 연구팀은 만성 자외선 노출이 식욕 증가, 체중 감소 등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기전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앞선 연구에서 자외선 노출이 피하지방 함량 및 지방에서 합성되는 아디포카인(세포가 내뿜는 생리활성 물질로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짐) 분비를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그만큼 자외선이 전체 대사 조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자외선이 전신 에너지 대사 조절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해 이루어졌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를 정상식을 먹인 그룹과 고지방식을 먹인 그룹으로 절반씩 나눈 후 12주간 주 3회 자외선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고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자외선에 노출된 쥐들은 피하지방에서 분비되는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발현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식욕이 활성화 돼 음식 섭취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식욕이 늘어났음에도 자외선 노출군의 체중은 대조군 대비 증가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는 자외선에 노출된 실험쥐에서 백색 지방의 ‘갈색화’가 일어나 에너지 소모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색 지방은 에너지를 축적하는 역할을 하고, 이 지방 세포가 분화되며 갈색 지방이 되면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소모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자외선에 많이 노출될수록 백색 지방이 갈색 지방으로 변화하는 현상이 활성화됐다는 것이다.

또 연구진은 추가적인 분석을 통해 자외선에 노출되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돼 교감신경계에 작용하는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노르에피네프린이 자외선 노출시 식욕 증가와 에너지 소모를 촉진한 것이다. 자외선 노출 실험쥐 중 노르에피네프린의 합성을 차단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생쥐에 비해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고 체중이 증가했다.

연구를 이끈 정진호 교수는 “자외선의 대사조절 효과를 모방하여 비만 및 대사장애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개발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그러나 자외선은 피부암의 주된 위험요인이므로 가급적 노출을 피하고,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해 피부를 보호할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피부연구학회지(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