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파리 댄스클럽 물랭루주와 댄서들을 많이 그려 유명한 프랑스 화가 툴루즈 로트레크(1864~1901). 그는 근친상간으로 태어나 다양한 장애를 안고 살았다. 다리가 짧아 키가 매우 작았고, 불완전한 골형성으로 지팡이 신세를 졌다. 유전적 결함으로 재발성 부비동염, 시각·청각장애도 있었다. 요즘 의사들은 이런 장애 종합을 ‘로트레크 증후군’으로 부른다.
도시의 밤 문화만이 선천적 장애와 타고난 그림 재능이 혼재된 로트레크를 품어줬다. 그 과정서 그는 물랭루주 광고 포스터를 많이 그렸다. 당시에는 예술성이 떨어진다는 비평을 받았지만 훗날 이런 작업은 광고를 예술로 격상시킨 팝아트 시조라는 평을 받았다. 포스터 그림 속 구불구불한 선과 역동적인 댄스 장면은 그가 꿈꾼 신체 발랄함을 대신한 것이라고 한다. 로트레크는 술집과 매춘업소를 전전하다가 매독 합병증으로 37세에 세상을 떠났다.
매독은 트레포네마 팔리덤이라는 세균 감염으로 발생하는 성 매개 감염병이다. 성행위 때 피부 점막이나 미세 상처를 통해 매독균이 들어와 온몸으로 퍼진다. 3주 정도의 잠복기가 지나면 증상이 나타난다. 대표 증상은 무통증 피부 궤양이다. 주로 음경, 항문 주위, 여성 외음부 쪽에 나타난다.
김지은 한양대구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매독은 조기와 후기로 나뉘는데, 감염 후 수주에서 수개월 이내에 증상이 없다면 잠복 매독이 된다”며 “이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후기 매독으로 진행해 다양한 합병증을 낳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요양원 입소를 위해 매독 검사를 하는데 이를 통해 후기 잠복 매독이 진단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전했다.
수 십년만년 동안 인류를 위협한 매독은 20세기 중반 항생제 페니실린의 등장으로 기세가 꺾였다. 하지만 국내에서 여전히 1만여 명의 매독 환자가 의료 기관을 다닌다. 일본에서는 코로나 사태 기간 신규 매독 환자가 급증, 지난해 1만5000명에 이르렀다. 일본 감염학회는 성 풍속 산업이 활발한 데에 중장년 남성과 젊은 여성이 금전 거래를 통해 교제하는 문화가 은밀하게 퍼진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로트레크의 매독 교훈, 절제가 질병 위험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