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일하던 30대 필리핀 여성의 장에서 50cm가 넘는 촌충이 발견됐다. 이 여성은 평소 덜 익힌 고기와 내장류를 즐겨 먹었는데 장내 기생충으로 인해 궤양과 천공까지 발생했다.
국제외과학회지 사례 보고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일하던 30대 필리핀 여성 A씨가 다발성 기생충 감염으로 인한 독성 거대결장으로 병원에 내원했다. 필리핀 시골 마을 출신인 이 환자는 싱가포르에서 약 2년간 가사도우미로 일했는데, 10일간 설사, 복부 팽만, 발열 등의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평소 식초에 절인 돼지 간, 생선, 조개류, 반쯤 익힌 고기에 식초를 섞은 필리핀 전통 음식인 ‘킬라윈’ 등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A씨는 처음에는 위장염으로 진단받고 입원했지만, 복통과 복부 팽만감이 심해지면서 상태가 악화됐고 복부와 골반의 CT촬영 결과 독성 거대결장으로 의심됐다. 의료진이 긴급 수술을 진행한 결과, 결장에 궤양과 천공으로 고름성 복막염이 발생한 상태였다. A씨는 결장을 절제했는데, 이 과정에서 성체 촌충이 발견됐고, 재수술을 통해 성체 촌충을 꺼내야 했다. 수술 후 A씨는 알벤다졸, 프라지콴텔 등 구충제 치료를 하고 다행히 잘 회복됐다.
의료진은 “1차 진료 의사는 장기간 비정상적인 위장 증상을 보이는 환자, 특히 적절한 위험 요인이 있는 환자 그룹에서 기생충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며 “기생충 감염은 선진국에서도 점점 흔해질 가능성이 높으며, 대부분의 감염 정도는 경미하지만 심각한 경우에는 사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의 기생충 질환 대부분은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장내기생충 감염률은 2005년 11%에서 2022년에는 5.3%로 2배 이상 감소했다. 조사에 따르면, 감염 고위험군은 섬진강, 낙동강 인근에 거주하는 50~60대로 50대 이상에서 생식 습관이 여전히 유행하는 탓으로 보인다.
기생충에 감염되면 대부분 무증상이지만, 환자의 약 10~25%는 복통, 설사,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인다. 심한 경우 다수의 충체가 장내에서 뭉쳐 큰 덩어리를 만들면서 장폐쇄증을 일으키기도 하고, 담도폐쇄나 천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흙을 손으로 만지거나 오염된 지역에서 조리가 덜 된 채소를 먹을 경우 감염될 수 있으며, 덜 익은 고기를 먹어도 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