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온난화 영향으로 울릉도에 오징어가 사라지고 대방어가 잡힌다고 한다. 여름과 겨울 계절 특성이 뚜렷했던 울릉도만의 특색이 사라지고 더운 남부 지방 날씨를 따라가는 것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데이터 멘토링 프로그램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평균 기온은 지난 100년간 섭씨 3.1도 증가했다. 최근 30년간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 일수와 일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일수는 매년 늘고 있다. 이상 기후는 날씨 변화에 그치지 않고, 질병 발생 패턴을 바꾼다. 이제는 이상 기후에 맞게 질병 예방 활동을 하고, 보건의료 대책도 바꿔 나가야 한다.
◇감염성 장질환 증가
고온 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 장내 바이러스와 세균의 증식이 빨라져 음식 섭취를 통한 식중독 발생이 늘 수 있다. 국내 위장이나 대장의 감염성 장염 환자는 2010년 289만여 명에서 2018년 466만여 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주춤했다가 2023년에는 다시 441만여 명으로 증가했다. 폭염 일수가 많아질수록 특히 바이러스성 감염 식중독 발생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된다. 식중독 관련 감염성 질환은 기온이 높은 7~9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폭염 일수가 늘면 열탈수, 열사병 등 온열질환이 증가한다. 열 감지가 늦고, 탈수 반응에 둔감한 고령층이 온열질환에 취약하다. 열대야 일수가 늘면 수면장애가 늘어난다.
질병관리본부는 폭염 등으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비브리오균이 활발하게 증식한다고 말한다. 이 균에 오염된 어패류를 생식하거나 상처 난 피부가 오염된 바닷물에 접촉하면 비브리오 패혈증이 생겨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뎅기열, 일본뇌염, 말라리아 등 모기 매개 질환도 늘어난다. 진드기, 벼룩과 같은 전염병 매개체의 번식과 활동 기간도 늘어난다.
◇비만, 당뇨병, 심혈관질환도 증가
우리 몸속 갈색지방은 신진대사를 높이고 열을 생산하여 지방 분해를 돕는데, 기온이 상승하면 그 활동이 떨어진다. 이에 평균 기온이 올라갈수록 비만 인구가 늘어난다는 통계가 나온다. 관련해서 기온이 오르면 당뇨병 발병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미국 심장학회에 따르면, 기온이 32도 이상이면 뇌졸중은 평소보다 66%, 심근경색증을 일으키는 관상동맥질환의 사망 위험도 약 20% 높아진다. 더위로 땀 배출을 늘리기 위해 혈관을 확장하고, 혈액순환율을 높이기 위해 심박동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체온이 섭씨 1도 오를 때마다 심장의 1분당 혈액 박출량은 3L씩 증가한다는 조사도 있다. 기온 상승은 그만큼 심장에 부담을 준다. 혈압도 상승하여 고혈압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에 따르면, 이상 기후로 태양광 노출이 늘면 자외선 자극으로 인한 피부암 발생이 늘어난다. 대기 중 미세 먼지 농도와 오존도 증가하여 천식,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 발생도 늘어난다. 먼지 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등의 증가로 인해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등 알레르기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신동천 한국친환경병원학회 회장(연세대 예방의학교실 명예교수)은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실체적 위협”이라며 “온열질환이나 심혈관질환, 감염병, 홍수, 산불 등 재난 상황에서 정신건강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처하고, 국가보건정책도 이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