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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6월임에도 연일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올여름 기후의 화두는 폭염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더위와 맞서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만성질환과 지병을 관리하기 위해 먹는 약물이 탈수를 악화시키고 체온 조절을 방해하여 일사병 등 온열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상복하고 있는 약물이 더위에 취약하게 만드는지 알아보고, 온열질환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더위에 노출되어 체온이 오르면 적절히 땀을 배출하여 체온을 낮추고, 물을 충분히 먹어서 탈수를 예방해야 한다. 하지만 특정 약물은 땀 생산과 배출을 방해하거나, 갈증 감각을 떨어뜨려 탈수 인지를 더디게 한다.

고혈압 치료에 흔히 쓰이는 약물들이 그렇다. 지난해 국내서 고혈압으로 병의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746만여 명이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국민 7명 중 한 명(14.5%)이 고혈압 약을 먹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약물로 더위에 취약해질 수 있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그래픽=백형선

고혈압에 약방의 감초처럼 쓰이는 이뇨제는 전체 혈액량을 줄여서 혈압을 낮추는데, 이뇨제가 더위 상황에서 탈수를 촉발하고 악화시킬 수 있다. 고혈압약으로 흔히 사용되는 칼슘 채널 차단제는 체온 조절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지나치게 올라간 체온을 급히 낮추는 데 방해가 된다. 고혈압약 ACE 저해제는 갈증을 덜 느끼게 하여 수분 섭취해야 할 상황을 미룬다. 결과적으로 탈수를 유발할 수 있다.

심장 박동수를 늦추어 심장 부담을 줄여주는 약물 베타 차단제는 땀 배출을 저하시킬 수 있다. 더위로 체온이 오르면 땀을 내어 체열을 낮춰야 하는데 그런 작용이 더딜 수 있다는 의미다. 흔히 먹는 알레르기약 항히스타민제는 땀을 덜 나게 한다. 우울증이나 조현병 치료에 쓰이는 항정신병약 올란자핀, 리스페리돈 등도 땀 배출을 어렵게 한다.

반대로 삼환계 항우울증약은 땀 배출을 과하게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적절한 체온 조절을 어렵게 만든다. 갑상선 수술로 갑상선을 제거했거나 갑상선염을 앓는 경우,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약물도 땀 배출을 늘리고 체온을 올린다. 복용 환자는 더위 적응에 힘들 수 있다.

이 같은 약물을 먹고 있는 환자들은 여름철에 체온과 탈수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 단 약물 복용을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몸이 과열되는 상황을 피하고, 신경 써서 수분 보급을 적절히 잘하라는 의미다. 폭염이 오면 가능한 한 외출을 삼가고, 실내에 머물 것을 권장한다. 밖에 나가더라도 그늘에 머물려고 하고, 양산을 쓰거나, 휴대용 선풍기를 쓰는 것을 권한다. 더위에 임하는 활동 기준을 낮춰서, 너무 더워지기 시작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