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서울 고려대병원에서 열린 한국헬시에이징학회 춘계 심포지엄에서는 건강하게 장수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이 소개됐다. 헬시에이징학학회는 의학, 영양, 운동, 여가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초고령 건강 사회에 유익한 정보와 생활 방식을 연구하고 일반인에게 전파하는 학술 단체다. 이날 발표된 18개 강의 중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가속 노화에 브레이크를 밟아라’는 주제의 기조 강연을 통해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처럼 나이 들어도 내재 역량이 성장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며 “젊어서부터 저속 노화 역량을 키우면 나이 들어 질병이 생기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도 건강한 상태로 돌아오는 회복 탄력성이 좋아져서 말년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막판에 돌봄에 의지하는 기간도 매우 짧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노화를 촉진하는 가속 노화 ‘액셀러레이터’로 수면 시간 부족, 운동 부족, 음주, 흡연, 근 감소, 만성 염증, 단순 당, 정제 곡물, 해로운 기름, 칼로리 과잉 등을 꼽았다. 반면 노화를 늦추는 ‘브레이크’로는 콩과 채소 위주 식사,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젊은 감성, 항상 새로운 공부에 참여, 청력·시력 보존, 사회 활동, 봉사 등이 꼽혔다.
도쿄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부장을 역임한 김헌경 박사는 “일본에서 노쇠된 노인을 대상으로 3개월간 단백질 등 영양을 공급하고, 근육 운동을 시켰더니 52%에서 역노화가 일어나 노쇠에서 벗어났다”면서 “하지만 48%는 그런 효과를 못 봤는데,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 질환 관리가 안 되었기 때문으로, 노쇠 예방을 위해서는 운동, 영양, 만성 질환 관리가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향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미국에서 이뤄지는 수퍼 에이저(super ager) 연구를 소개했다. 수퍼 에이저는 중년층과 비슷한 인지 기능을 보이는 80세 이상의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의 뇌 MRI를 보면, 늙으면서 생기는 뇌 부피 손실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수퍼 에이저의 공통적인 특징은 활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하며, 신체 활동량이 많고,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친구가 많고 사교적이며, 가끔 술을 즐기되 절제할 줄을 안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혈압 기준을 수축기 140(mmHg), 이완기 90 이상으로 하는데, 집에서 잴 때는 5 정도 낮춰서 135/85보다 높으면 고혈압이라고 판단해야 한다”며 “가정 혈압이 심장병이나 뇌졸중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데 가장 정확하기에 집에서 혈압을 재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가정용 혈압계로 집에서 혈압을 잴 때는 아침에 일어나 고혈압 약을 먹기 전에 재야 일정한 혈압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박 교수는 “고혈압 약을 두 개 이상 복용하는 8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수축기 혈압이 130 밑으로 떨어지면 되레 사망률이 높아지고, 고혈압 약물 치료를 받는 노인의 경우 실신 등으로 낙상과 골절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노인 고혈압은 정확한 혈압 진단과 함께 과하지 않은 적절한 혈압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동원(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전문의) 바른세상병원 원장은 “나이 들면 무릎 연골이 닳아서 없어지는데도 통증이 없어서 대부분 모르고 지낸다”며 “일 년에 한두 번 정형외과를 찾아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서 연골 성분의 주사제를 무릎 관절 내에 주사받으면 퇴행성 관절염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