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군 구림면에서 만난 유귀례(100세)님의 가계는 대대로 장수 집안이다. 부모도 아흔 수를 하였고, 형제들도 모두 아흔이 넘도록 살았다. 유귀례 백세인은 건강하고 대화도 잘하여 인터뷰를 수월하게 마칠 수가 있었다.

그런데 가족 담당 조사원이 백세인 할머니와 일흔 살 넘은 아들 내외가 한 방에서 잔다고 귀띔해 주었다. 그 연유를 며느리에게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을 주었다. 어머니 연세가 여든이 되었을 때 주무시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아들 내외가 함께 자기로 하였다는 것이었다. 이후 이십 년 넘도록 한결같이 그렇게 살아왔다고 하였다. 집에는 방도 많은데도, 생활의 불편함에도 늙은 어머니의 안위를 소중히 하여 굳이 한 방에서 자는 나이 든 자식의 효심이 특별하였다.

며느리는 백세인 할머니가 돈이 생기면 1000원짜리로 바꾸어 두었다가 손주들이 올 때마다 준다며 시어머니 칭찬에 열을 올렸다. 할머니는 “아들이 잘하니, 며느리도 잘하고, 손주들도 잘해” 하며 자식 손주 칭찬에 여념이 없었다. 세대 간에 서로 칭찬하기 경쟁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큰손주가 사준 금반지와 금 목걸이를 내보이면서 자랑하였다. 증손자들도 때 되면 찾아와 밤마다 증조할머니 곁에서 서로 자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였다 해도, 부모가 받드는 효를 손자 증손자들이 그대로 이어받아 가고 있었다. 마치 효도 유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였다. 백세인 유귀례님의 가족이 보여준 효 문화 핵심은 세대 간의 상호 존중에 있음을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