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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에는 공포 은유가 있다. “가장 무서운 암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다들 췌장암이라고 답한다. 기실 그도 그런 게 췌장암은 생존율이 15%로, 한국인 10대 암 중 가장 낮다. 그러기에 췌장암은 암 정보 검색 순위에서 늘 1위다.

2023년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21년에 우리나라에서 27만7523건의 암이 새로이 발생했다. 그중 췌장암은 8872건으로, 전체 암 발생 중 8위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70대가 30%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60대(29%), 80대(22%) 순이었다. 최근에는 췌장암 발생 나이가 일러지면서, 40대 췌장암도 종종 나오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황호경 교수는 최근 조선일보 의학 유튜브 ‘이러면 낫는다’의 소리 없이 생기는 복병암 시리즈에 나와 췌장암 발견과 치료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황호경 교수는 지금까지 췌장암 수술만 800여 건 했으며, 간, 담도, 췌장 수술에 특화된 외과 교수다.

황 교수는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어려워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15~20%밖에 되지 않는다”며 “증식 속도도 빠르고, 재발도 잦고, 다른 장기로 전이도 많아서, 현재로서는 가능한 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췌장암이 아무리 무서운 암이라고 해도 몸이 보내는 췌장암 발생 위험 신호를 잘 감지하여 어떻게든 이른 시점에 발견하여 치료한다면 치유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픽=박상훈

췌장암은 뚜렷한 원인이 없이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하지만 아주 작은 단서라도 그냥 흘리지 않고 감지한다면, 조기 발견의 행운을 잡을 수 있다. 췌장은 지방질 분해 소화 효소를 만들어 소장으로 내보내고,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생산하여 혈액으로 흘려 보낸다. 황 교수는 “췌장 조직에 문제가 생겼거나, 암 조직이 퍼지기 시작하여 이런 기능을 방해한다면, 췌장암 발생 신호라고 여길 수 있다”며 “이때 췌장암 발견 검사를 적극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는 췌장암 발생 위험이 당뇨병이 없는 경우보다 2배가량 높다. 그중에서도 이런 경우는 췌장암 발생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고령의 나이인데 당뇨병이 갑자기 생겼다 당뇨병 가족력이 없는데, 나만 당뇨병이 발생했다 마른 체형인데 당뇨병이 생겼다 당뇨병이 왔는데 혈당 조절이 약물로 잘 안 되어, 조기에 인슐린 주사를 쓰게 됐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잘해서 혈당이 높아질 상황이 아닌데 왠지 혈당이 높다 등의 경우다.

황 교수는 “다이어트 노력을 안 했는데, 체중이 줄었거나, 최근에 황달이 생겼을 때도 췌장암 발생을 의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췌장은 소화 기능을 담당하기에 소화가 안 되어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고, 별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소화불량이 지속될 때, 최근 식욕이 줄고, 즐겨 먹던 고기에 입맛이 떨어질 때도 췌장암 발생을 의심해야 한다. 췌장은 배 안에서 등쪽 척추에 가까이 붙어 있다.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도, 배 안 등 쪽 통증이 계속된다면 췌장암 발생을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황 교수는 “췌장암 발생이 의심되면 정밀 혈액 검사와 복부 CT 또는 MRI 검사를 하여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췌장암 호발 나이인 65세 이상 고령자는 몸이 보내는 췌장암 발생 신호에 더욱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