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간부가 식사 내내 문자와 통화로 정신없는 것을 지켜보면서 과거 현역 시절 내 모습과 함께 며칠전 기사가 떠올랐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지금 가장 원하는 것 1순위가 잠을 푹 자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금 불면증은 지구촌 건강 문제 중 대표적인 것이며, 관련 시장 규모는 팽창일로다. 불면증이 장기화되면 면역 체계는 물론 두뇌 신경기능을 엉망으로 만들어 암, 우울증, 불안증, 공황장애, 치매, 파킨슨병 등 온갖 질병을 초대하는 주범이다.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이나 좌절한 사람이나 불면증은 지금 대표적 질환이 되고 말았다. /셔터스톡

# 불면증의 가장 큰 원인은 과거와 너무나 달라진 생활 환경 탓이다. 수십만년 이어진 인간의 자연적 생활 리듬이 산업화와 함께 최근 100~200년간 완전히 깨져 버렸기 때문이다.

1950~6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 세대는 저녁때면 기껏 라디오 방송 정도만 듣고 일찍 잤다. 당시 시골에는 아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해가 지면 온통 깜깜했고 할 일이 없어 더 일찍 잠들었다. 그땐 가난하고 후진적 삶이었지만 지금처럼 불면증, 우울증, 불안, ADHD 같은 신경질환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 21세기 스마트 사회에선 하루 수천배·수만배 늘어난 정보량이 폭탄처럼 24시간 내내 우리 두뇌를 강타하고 신경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인간의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계(일, 긴장)와 부교감신경계(휴식, 이완)가 서로 시소게임을 하듯 균형을 유지하며 활동하는 법인데 지금은 90% 이상 교감신경계만 일하고 있다. 군인으로 따지면 24시간 전시상황에서 비상 근무하는 형국이다.

이렇게 곤두선 신경생리적 상황이 바로 불면증의 주범이다. 그러나 이미 고착화돼 며칠, 몇 달 휴식을 취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수면제는 곤두선 신경계를 무디게 만들어 강제로 이완시키지만 신체의 자율조절 기능을 해쳐 의존적으로 만든다. 숙면을 가져온다는 침구, 기구 등 온갖 제품이나 방법 역시 언발에 오줌누는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신경생리계의 오작동으로 빚어진 불면을 숙면으로 바꾸려면 최소한 3가지 정신훈련을 자주, 장기간 해야 한다. /셔터스톡

# 결국 스스로 신경계의 근본을 치유해야 한다. 내 경험을 토대로 말하자면 방법은 간단하나 의지와 인내, 시간이 필요하다.

핵심은 ▲의식적으로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폭탄’을 제한하고, ▲의도적으로 이완과 휴식을 늘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교감신경에 편중됐던 자율신경계가 균형을 이루고 스스로 복원되게 만드는 것이다.

첫째는 ‘비판단(non-judging)’이다.

필요한 일 외에 아예 생각을 꺼두는 것이다. 예컨대 스마트폰이나 카톡 사용을 최소화한다. 신문·방송도 마찬가지다. 머리 쓰는 것 자체를 최소화해야 진짜 필요한 때 두뇌를 활용할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도 엄청나다. 의식적으로 만남을 줄이고 스스로 쉬게 만들라.

내 경우 자가 운전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만큼 신경 소모를 줄이는 반면 운동량을 늘려 에너지를 충전시킬 수 있다. 버스·지하철에서 눈을 감고 ‘나만의 휴식시간’을 갖는 것도 보너스다.

둘째는 ‘지금 여기(here & now)’에 집중하는 것이다.

마음은 늘 지금 이곳에 머물지 않고 이리저리 방황한다. 특히 스트레스 받을 때는 거의 날뛰는 수준이다. 이를 ‘우울증적 반추(depresssive rumination)’라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의식적으로 마음을 ‘지금 & 여기’에 둔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할 때 양치질에만 신경 쓰고, 샤워할 때 샤워에만 집중한다. 밥 먹을 때 밥 먹고, 일할 때 일하고, 놀 때 노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사소한 ‘몰두’가 쌓이면 에너지는 더 이상 방전되지 않고, 오히려 이완-평정-기쁨으로 ‘충전 모드’로 바뀐다. 어린 시절 단순하고 행복한 시간이 다시 찾아온다.

세 번째는 최대한 ‘느끼고(feel)’ 사는 것이다.

마음은 생각, 감정, 감각으로 이뤄졌는데 현대인들은 지나치게 생각에 의존하고 이에 파생된 부정적 감정-감각에 억눌려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소홀히 하고 있는 기쁨, 행복, 희망, 설레임, 아름다움 등 감정(感情)과 신체 오감(五感) 기능을 활성화할 때 우리는 생각의 압제에서 벗어나고 신경계는 밸런스를 찾게 된다.

우리는 공원이나 숲속, 산에 가면 편하고 즐거워진다. 바로 생각은 쉬게 되고, 신체 오감이 작동되며, 가슴은 온갖 감정이 찾아오면서 풍요로워진다.

# 이 세가지 정신 습관을 훈련을 통해 거듭할수록 심신은 정상화되고 지금의 ‘불면습관’은 미래의 ‘숙면습관’으로 바뀌게 된다. 이를 ‘의식훈련(consciousness discipline)’이라고 한다. 우리 뇌의 신경가소성(Neural plasticity: 신경계의 기능적·구조적 변형) 원리가 이를 입증해준다.

여러분이 생각을 내려놓고 지금 여기에 몰두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들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운동, 명상, 요가, 춤, 서예, 텃밭 가꾸기, 음악감상, 악기연주, 산보, 그림 그리기, 신앙생활, 기도, 봉사, 감사일기 쓰기, 성경-불경 필사(筆寫), 청소, 요리, 공예 등등을 말한다.

요약하자면 하고 싶고, 할 때 즐겁고, 하고 나서 뿌듯하다면 좋은 방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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