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체중인데 운동하지 않는 사람과 뚱뚱한데 운동하는 사람, 둘 중 누가 더 건강할까? 누가 더 만성질환이 적을까? 여러 나라에서 이런 연구가 이뤄졌는데, 결과는 비만해도 운동 한 사람의 승리로 끝났다. 뚱뚱한 것보다 게으른 것이 건강에 더 나쁘다는 의미다.
그 이유로 근육의 질이 당뇨병, 고혈압 등 대사질환 발생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최근 근육의 질을 따지는 근지방증 개념이 주목을 끌고 있다. 근지방증은 간에 지방이 쌓이는 지방간처럼, 근육에 지방이 축적되는 현상을 말한다.
국내 단일 의료기관으로 최대 규모 건강검진을 운영하는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건강의학과 의료진은 3년여 전부터 검진 과정에서 근육의 질을 측정하는 검사를 대거 시행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복부 중앙 단면을 찍어서 복근과 척추 근육의 지방 분포 정도를 측정했다. 이를 토대로 ▲근육 내 지방이 적은 건강한 근육 ▲근육 내 지방이 쌓여 건강하지 않은 근육을 시각화하고, 둘의 비율을 수치화한 근육질 지표를 개발했다. 근육에 지방이 적은 양질의 근육이 많을수록 근육질 지표 점수가 높다. 건강의학과는 이를 토대로 근육질 지표와 만성질환 발생 위험을 비교하는 연구 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다.
건강검진 수검자 2만명을 대상으로 복부 CT 영상을 통한 근육질 지표를 분석했더니,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대사성 질환 없이 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 전체 근육량은 큰 차이가 없었으나, 대사적으로 건강한 사람에서 질 좋은 근육이 현저히 많은 사실이 확인됐다. 질 좋은 근육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대사적으로 건강했다는 의미다.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경우는 고혈압 전단계, 당뇨병 전단계, 고중성지방 혈증, 낮은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복부비만 중 2개 이상의 위험인자를 가졌거나, 고혈압 또는 당뇨병이 발생한 상태를 말한다.
근육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에 반응해 혈당을 흡수 관리하고 소모하는 역할을 한다. 근육에 지방이 많이 쌓여 근육 질이 떨어지면, 인슐린에 대한 반응이 감소해 혈당 흡수가 안 되어 고혈당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인슐린이 췌장에서 잘 나와도 혈당 관리 효율이 떨어지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그 결과 당뇨병이 유발될 수 있다. 이에 근육 질이 좋은 사람은 당뇨병 위험도가 낮아진다. 아울러 근육 질 좋은 사람이 고혈압 발생도 적게 나왔고, 지방간과 간이 딱딱해지는 간섬유화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검진 수검자 4068명을 대상으로 근육 질과 관상동맥 석회화 정도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질 좋은 근육이 많은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관상동맥 석회화 위험이 최대 66% 낮았다. 관상동맥 석회화는 심장에 혈액과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동맥경화 정도를 말해준다. 석회화가 심할 경우 협심증, 심근경색증과 같은 심각한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근육의 질이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최재원 건강증진센터 소장은 “비만한 사람은 살 빼는 데 치중하여 유산소 운동만 하려고 하는데, 근력 운동을 병행해서 체지방도 줄이고 질 좋은 근육도 늘려야 한다”며 “마른 사람도 걷기 운동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질 좋은 근육을 늘리긴 위해서는 하체와 복근을 강화하는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