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Flickr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시키는 대로 잘 움직이는 사람을 두고 ‘입안의 혀 같다’고 한다. 반대로 혀에 작은 혓바늘이라도 돋거나 상처가 있으면 온통 신경이 거기로 쏠려 불편하기 그지없다. 혓바늘이나 혀에 생긴 염증은 대부분 2주 안에 없어진다. 그런데 2주 이상 잘 낫지 않고 계속될 때는 일반적인 것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혀에 생기는 암, 설암이 아닌지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

설암은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다. 다른 암은 초기 발견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설암은 아직 그렇지 못해서 발견되면 대부분 이미 3~4기다. 5년 생존율도 그리 높지 않다. 40세 이후는 그래도 5년 생존율이 70%를 넘지만 40세 미만은 40% 언저리에 머문다. 목의 림프절로 쉽게 전이되고, 치료가 잘 돼도 환자에게 마음의 상처가 남을 수 있다. 수술 후 얼굴이 심하게 변형되거나, 발음이 변하고, 저작 기능이 떨어져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설암 환자들은 초기에는 혀가 부은 듯하고, 음식을 먹을 때 불편했지만, ‘조금 불편한 정도’였지 암을 의심하지는 못했다고 말한다. 점차 진행되면 하얀 반점(백반)이나 궤양이 생겨나고 커지며, 혀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발음이 불분명해지고, 음식을 삼키기 힘들며, 구취나 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통증이 3차 신경을 타고 귀로 전해져 귀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이런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을 즈음이면 설암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설암을 의심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증상은 혓바늘이나 염증, 백반증이다. 혓바늘이나 염증은 1~2주면 거의 없어지는데, 2주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진료받아야 한다. 혓바닥이 하얗게 되는 백태는 혀클리너나 칫솔로 닦으며 없어지지만 백반증은 이렇게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설암 환자를 보면 흡연자가 많고, 장기간 술을 마신 환자도 많다. 흡연은 설암 발병율을 2~3배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치아에 맞지 않는 의치(틀니)를 오래하면 이 자극으로 설암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환자도 많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설암은 초기라도 전문의가 혀와 입안을 자세히 살펴보고(시진), 손으로 만져봐서(촉진) 진단할 수 있으며, 비용도 아주 적게 든다. 검사 전에 금식이나 기타 준비해야 할 게 전혀 없고 바로 병원 가서 진료받으면 된다. 암으로 의심되는 병변이 있을 때는 X-레이나 CT, MRI, PET 검사 등을 추가로 한다. 병변을 조금 절제해 진단하는 조직검사를 해서 최종 진단하기도 한다.

미국 암협회는 21세 이상은 3년마다, 담배 술을 많이 하는 40세 이상은 1년에 한 번 검진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술 담배를 많이 한다면, 또 혓바늘이나 입안의 상처가 2주이상 간다면 당장 이비인후과에 가서 혀 검사를 받아볼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