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81) 미국 대통령이 결국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를 포기했다. 인지 기능 저하 우려에 따른 경쟁력 비판을 받아들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과 벌인 TV 토론에서 할 말을 잊고 멍한 표정을 짓거나, 회의록을 반복해 읽기도 해서 인지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노화에 따른 인지 기능 변화
나이 들어감에 따른 인지 기능 변화는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도 인지 기능 분야별로 떨어지는 속도가 다르다. 미국에서 노화에 따라 변하는 인지 기능을 추적 조사한 대규모 연구가 있었다. 1956년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가 시작한 이른바 ‘시애틀 종단 연구’다. 50여 년에 걸쳐 20~90대 6000여 명을 대상으로 말을 구사하는 언어력 정보를 분석하여 결론을 찾는 추론 능력 단어 기억력 도형과 공간 인식 능력 숫자 계산력 특정 신호를 인지, 지각하는 속도 등 6항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인지 기능은 30~40대에 최고에 이르고 나이 들면서 서서히 떨어진다. 다만 인지 지각 속도는 25세에 정점이었다가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인다. 숫자 계산 능력은 60대부터 크게 떨어지더니, 6가지 인지력 중 가장 밑바닥에 머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나이 들면 숫자에 약한 법이다.
추론 능력, 언어력, 공간 인식 능력은 20~30대보다 50대가 좋다. 그러다 60대 중·후반이 되면서 떨어진다. 언어 능력은 80세 정도까지 비교적 유지되다가 80대 중반이 되어 급격히 떨어진다. 언어 능력은 80대 후반이 되어도 다른 인지력보다 보존되는 편이다.
◇나이 들어도 총명함 유지하려면
지능에는 유동(fluid)과 결정(crystal) 지능 두 종류가 있다. 유동 지능은 문제를 해결하고 추상하는 새로운 방법을 배우는 능력을 말한다. 결정 지능은 습득하여 축적된 지식을 이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시애틀 종단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서 유동 지능은 떨어지고 결정 지능은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즉 고령에 임기응변은 떨어져도, 판단 추론력은 괜찮다는 의미다.
뇌 가소성 이론이 있다. 뇌는 찰흙과 같아서 빚는 대로 모양이 바뀐다는 뜻이다. 즉 뇌는 쓰면 쓸수록 기능이 활성화된다는 의미다. 요즘 고령자들의 체력은 예전보다 훨씬 좋아져, 시애틀 종단 연구 때보다 고령에 따른 인지 기능이 덜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뇌는 계속 발달하고 있고, 노화 속도는 느려졌다.
나이 들어도 젊은 시절 수준의 총명함을 갖고 있는 사람을 수퍼 에이저(super ager)라고 부르는데, 최근 그렇게 되는 방법이 많이 연구되어 나왔다<그래픽 참조>. 운동은 뇌 가소성을 높여 인지 기능을 개선한다. 뇌 혈류량이 늘어나는 덕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일은 잠자는 뇌를 깨운다. 눈, 코, 입이 즐거운 것을 많이 하면 뇌가 즐겁고, 뇌 신경과 촘촘하게 연결된 손 쓰기 작업을 열심히 하면 뇌도 부지런해진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끊임없이 머리를 쓰고, 수면 부족을 피하고, 정갈한 음식을 먹으면 신체적 정신적 내재 역량이 커져서 노화를 가속하는 상황이 와도 회복되는 탄력성이 좋아진다”며 “성장하는 사람은 뇌도 늙지 않는 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