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주인공 한국 여자 핸드볼이 단체 구기 종목으로는 유일하게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다. ‘우생순’이 5000만 인구 나라의 자존심을 지켰다.
핸드볼 경기장 크기는 800평방미터(㎡)로, 농구장(420㎡)의 두 배가량 된다. 그만큼 체력이 승패의 변수다. 의학적 관점에서 핸드볼 승부처는 공을 쥐는 힘, 악력에 있다. 핸드볼 공의 둘레는 여성용이 남성용보다 약간 작은 54~56㎝다. 한국 여성의 손 한 뼘 길이는 15~20㎝이니, 한 손으로 핸드볼 공을 쥐기가 쉽지는 않다. 국민 체력 조사에 따르면, 20~30대 한국 여성 평균 악력은 25~30㎏ 정도다. 키와 몸집이 큰 서양 여성보다 약한 편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대표급 핸드볼 선수들은 시속 100㎞의 슛을 던진다. 서적 ‘올림픽에 간 해부학자’를 쓴 이재호 계명대 의대 해부학 교수는 “손가락에는 근육이 적기 때문에 악력은 손 자체에서 나오지 않는다”며 “손가락은 아래 팔 근육 전완근과 연결된 힘줄로 움직이기 때문에 악력은 결국 전완근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손가락을 구부리어 쥐는 힘의 핵심은 아래 팔에서 손가락 바닥 면으로 이어진 ‘가는 손가락 굽힘근’이다. 이재호 교수는 “한국팀은 패스한 공을 공중에서 쥐어 바로 던지는 스카이 슛을 잘하는데, 한국인의 야무진 손가락 굽힘근이 순간적으로 공을 힘껏 쥐어 뿌려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악력은 전신 근육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로 쓰인다. 손가락을 쥐는 동작에는 손, 팔, 어깨, 등까지 다양한 근육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악력계라는 간단한 도구로 악력을 쉽게 측정할 수 있고, 결과가 객관적 수치로 나타나기 때문에 전신 근육 지표로 요긴하게 쓰인다. 특히 노쇠가 오면, 근육량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악력을 재 근육 상태를 조기에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다. 팔굽혀펴기나 턱걸이 운동을 하면 악력이 늘어난다. 악력이 5㎏ 줄면 심장 질환 발생은 17%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다. 잘 쥐어야 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