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듯, 치아가 부실하면 임플란트를 한다. 필자는 이비인후과 의사지만 임플란트 얘기가 나오거나 주변에 임플란트를 하겠다는 분이 있으면 꼭 참견한다. 임플란트 하기 전에 반드시 이비인후과 가서 축농증을 확인하고, 임플란트 하는 중에도 누런 콧물, 기침, 뺨에 통증 등이 있으면 즉시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받으라고 신신당부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축농증 때문에 임플란트가 흔들리고, 최악의 경우 임플란트를 빼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이비인후과에서는 임플란트와 관련된 축농증을 편의상 임플란트 축농증이라고 부르는데, 정확한 명칭은 치성 부비동염이다. 치과적 문제와 관련된 부비동염(축농증)이라는 의미다. 과거에는 충치나 치주염, 치아 발치 때문에 많이 생겼다면 요즘은 임플란트와 관련된 축농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금도 축농증 환자 10명 중 한 두 명은 임플란트 축농증인데, 앞으로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임플란트에 대한 건강 보험이 확대되면서 임플란트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임플란트 중에서도 축농증과 관련되는 것은 윗니 임플란트다. 임플란트를 심는 위턱(상악) 치조골과 축농증 원인 부위인 상악동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축농증은 콧속 비강 주위에 있는 작은 동굴 모양의 공기 주머니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겨, 염증성 분비물이 증가하고, 이것이 고여 농(고름)으로 변하는 질환이다. 부비동은 좌우 대칭으로 네 쌍 있는데, 그 중에서 눈 아래 양쪽 뺨 안쪽에 있는 상악동이 가장 크고 축농증도 가장 많이 생긴다.

임플란트를 할 때 첫 단계로 상악 치조골에 인공 치근(치아 뿌리)을 심는데, 치조골이 이를 견딜 만큼 튼튼하지 못할 때는 인공 뼈 이식을 먼저 한다. 인공뼈를 이식할 때는 상악 바로 위에 있는 상악동 점막을 들어올린다. 이 과정에서 상악동 점막이 찢어지면 이식한 인공 뼈가 상악동에 들어가 축농증이 발생한다. 또 인공 치근을 심을 때 치근이 상악동 점막을 침범해 축농증이 생기기도 한다. 축농증으로 인한 염증성 분비물이 찢어진 점막 아래로 흐르면 임플란트 주위에도 염증이 생겨 흔들리고, 최악의 경우 임플란트를 빼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윗니 임플란트를 하기 전에는 축농증, 특히 상악동에 염증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축농증은 대부분 코막힘, 누런 콧물, 기침 등의 증상을 보이지만, 어떤 축농증은 다른 증상은 없고 기침만 만성적으로 나 축농증라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조금이라고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먼저 축농증 검사를 하자. 또 임플란트를 하는 중에도 누런 콧물, 코에서 냄새가 나거나 뺨에 통증이나 열감이 있으면 축농증이 아닌지 꼭 확인하고 초기에 치료해야 한다. 최근에는 가능한 한 임플란트를 보존하면서 축농증을 치료하는 방향을 추구하는데, 이 역시 축농증이 심하지 않아야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