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내 글 쓰러 동해 묵호로 내려왔다. 지인 부부가 사는,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하우스 문간방에 짐을 풀었다.

이튿날 오후 글을 쓰다가 인근 바닷가로 향했다. 신라 진평왕 시절 선화공주가 세웠다는 전설이 있는 감추사(甘湫寺)로 가 동해바다를 보았다.

저 멀리 아주 느리게 지나가는 배처럼 시간은 마치 정지된 듯 느릿느릿하게 가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 속에 달구어진 감추해수욕장 백사장을 ‘맨발 걷기’로 걸으며 너른 바다의 에너지를 흠뻑 마셨다.

비치를 지나 인근 잘 가꾸어진 도로를 따라 감추산으로 올랐다. 파란 코발트색으로 빛나는 맑은 바닷물, 깎아지른 해안 절벽을 내려보았다.

동해시 감추산 인근에서 내려다 본 바다 /마음건강 길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비판단(non-judging)’ 자세를 상기하면서 그저 몸과 감정의 흐름만 느꼈다.

내려와 비치 파라솔에서 캔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지인 부부가 왔다. 사실 사회에서 알게 된 대학선배다.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는 이제 모든 것을 접고 이곳 동해에 내려와 인생 마지막을 보낼 집을 꾸미고 매일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어떡하면 선하고 의미 있게 이 생을 마감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하는 선량한 사람이다.

나는 생선구이가 먹고 싶었다. 그들은 인근 삼척에 있는 식당으로 차를 몰았다. 저녁 6시도 안 됐는데 자리는 꽉 차 있었고 우리는 대기석에서 기다려야 했다.

생선구이와 물회는 훌륭했다. 1만 몇천원 안팎의 가성비도 좋았다. 나는 창가를 통해 아름다운 삼척 해변을 바라보면서 ‘동해’ 소주를 마셨다.

내가 몇 가지 절제를 잘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음식과 술이 대표적이다.


영적으로 행복하다는 은퇴 변호사 부부

선배 부부는 그들의 마지막 보금자리인 동해 집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듯싶었다. 당초 동해행을 마뜩하게 생각지 않았던 부인도 예찬론자가 됐다.

“풍광도, 공기도, 인심도 좋아요. 근처에 갈 데가 많고 시골 텃세도 없어요. 하나님이 이런 곳을 정해주시네요.”

그녀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어린 시절부터 적지 않은 고난을 겪어왔는데 인생 후반기에 하나님을 만나고 그 성령의 힘으로 지금 매우 행복하게 산다고 했다.

삼척 해변가에는 파라솔과 탁자에 누구나 앉아 갖고 온 음료나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마음건강 길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삼척 해변가를 거닐었다. 내가 사는 서울 여의도 강변 못지않게 잘 꾸며져 있었다. 파라솔과 탁자에 누구나 앉아 갖고 온 음료나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주변 경치가 서울 못지않게 세련되게 느껴졌다.

거리의 버스킹 음악을 들으며 그곳에서 유명하다는 쌍화차 집에 도착, 쌍화차와 빙수를 시켜 먹었다.

우린 영적 세계에 관해 이야기 나누며 우리가 모르는 세상의 존재를 인정했다. 선배는 마치 영화 ‘식스센스’처럼 영(靈)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자기에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재밌다. 그리고 사실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 우주를 만든이, 또는 질서를 유지하는 절대자, 창조주, 신... 무슨 명칭이든 그런 존재가 있다고 생각되며, 수많은 작은 영(靈)도 존재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동감했다. 크리스천이면서 한편으로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도 인정하는 쪽이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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