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걱정 안되는 병이 어디 있겠냐만은 나이 들수록 점점 무서워지는 것이 치매다. ‘내가 아닌 나’로 변해가는 치매는 해마다 크게 증가해서, 80세가 넘으면 적어도 4명 중 1명은 치매라고 한다. 이제 어느 집이든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한 명 쯤은 있는 시대가 됐다. 치매를 부르는 위험 요인 중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다.
‘이비인후과 의사가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에 치매까지 별 걸 다 얘기한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런데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같은 수면 호흡장애는 코에서 목을 지나 후두까지, 즉 상기도의 일부가 좁아지거나 막혀서 생긴다. 상기도 일부가 좁아진 것이 코골이고, 좁아진 단계를 지나 잠깐씩 막히는 것이 수면무호흡증이다. 좁아지거나 막힌 상기도를 열어 수면 호흡장애를 치료해서 편안하게 잠자게 해주는 것이 이비인후과의 중요한 분야다. 그리고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치매 위험이 높아지니, 환자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치매 중에서도 수면 호흡장애와 관련이 큰 것은 알츠하이머 치매로, 치매 유형 중에서 가장 흔하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신경질환인데, 뇌에 쌓이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주원인이다. 베타 아밀로이드가 쌓여 뇌 신경 세포의 활동을 방해해 치매가 생기는 것이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정상적인 두뇌 활동의 부산물로 날마다 만들어진다. 하지만 잠자는 동안 림프 순환에 의해 물청소 하듯 씻겨 나가서 쌓이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이 물청소 작업은 아주 깊은 잠에 들었을 때 가장 활발하다.
그런데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 잠자는 동안 호흡이 원활하지 못하면 혈중 산소량이 떨어지고, 산소가 부족하면 숨 좀 제대로 쉬라고 뇌가 몸을 깨운다. 이렇게 자꾸 깨면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얕은 잠 단계에만 머무르다 아침을 맞는다. 그러니 뇌에서 물청소가 잘 안돼 베타 아밀로이드가 쌓인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치매로 진단되기 최소 10~15년 전부터 쌓이기 시작한다. 잠을 빼앗는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하루라도 빨리 치료해야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치료 방법은 양압기를 가장 많이 쓰고,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양압기는 수면 호흡장애의 원인에 상관없이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으며, 쓰는 즉시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장점이다. 수술은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되는데,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수면다원검사와 상기도 수면 내시경검사를 받은 환자의 약 30~40% 정도다.
어떤 방법으로 수면 호흡장애를 치료하든 기본적으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술 담배를 줄이며, 옆으로 자면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된다. 이런 방법을 행동요법이라고 하는데, 이것만 해도 가벼운 코골이는 좋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