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양진경

자영업을 하는 박모(62)씨는 최근 임플란트 문제로 크게 고생했다. 그는 3개월 전에 왼쪽 아래 어금니를 잃었다. 만성 치주염으로 치아가 뿌리째 흔들렸다. 이에 치과에 가서 임플란트를 심었다. 가격 할인 행사 기간이라고 해서 선뜻 시술을 받았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임플란트 치아가 힘을 못 받고 흔들렸다. 다른 치과를 방문한 결과, 임플란트 각도가 안 좋은 데다 치주염이 충분히 치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플란트를 심은 탓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결국 박씨는 심었던 임플란트를 제거하고 다시 심어야 했다. 잇몸뼈가 허술해져서 다시 임플란트를 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자연치아(왼쪽)와 임플란트의 단면 비교 모습.

임플란트는 상실된 치아를 회복하는 방법으로, 잇몸 뼈에 티타늄 계통 금속 심지를 식립하고, 그 위에 보철물(인공치아)을 연결하여 자연 치아와 유사한 형태와 기능을 갖게 하는 치료다. 국민건강보험에서는 65세 이상에게 임플란트 두 개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치과계에서는 한 해 약 300만개 가까운 임플란트가 심어지는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부실 시술로 임플란트를 제거하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다. 대한치주과학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임플란트 제거 건수는 10만5503건에서 22만3879건이 돼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심어진 임플란트 건수는 84만4223건에서 93만6150건으로 11%만 늘었다. 즉 임플란트 식립(건강보험 적용 기준) 증가율보다 제거율이 열 배가량 높은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국내는 치과 의사의 80%가량이 임플란트 시술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치과 의사의 20~30%만 한다. 한국은 임플란트 시술 접근성이 매우 좋은 나라다. 그러나 치과 의사의 임플란트 시술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하는 자격 제도가 없다. 상당수 치과의사가 임플란트 회사들이 운영하는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임플란트 시술을 배우는 실정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임플란트 가격을 확 낮춰 환자를 유치하는 ‘덤핑 치과’ ‘먹튀 치과’ 등이 늘면서 부실 임플란트 시술 건수가 늘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임플란트 관련 사고(치과 전체의 21%)가 치과에서 가장 흔한 의료 분쟁을 낳는다.

구강악안면임플란트학회 황재홍 회장은 “임플란트 가격을 표시한 광고는 모두 허위 불법”이라며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광고하는 치과나, SNS 광고를 통해 개인 정보를 입력하게 하는 치과, 할인을 조건으로 전체 치료비 선납을 유도하는 치과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대한치주과학회 김남윤 부회장은 “임플란트 제거 급증 현상은 자세한 진단 검사와 사후 관리 없이 무분별하게 식립되는 저수가 임플란트가 낳은 비극”이라며 “심은 임플란트를 사후에 잘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플란트는 심은 지 첫 한 달에 가장 많이 제거된다. 치주과학회 사후 관리 가이드 라인에 따르면, 임플란트 식립이 끝난 뒤, 첫 일주일 후(교합 점검), 한 달 후(잇몸 염증 점검), 첫 1년은 3개월마다 치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만약 치과 의사가 한 달에 200~300개 되는 임플란트를 식립하게 되면, 유지 또는 사후 관리를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 된다.

그래픽=양진경

김남윤 부회장은 “임플란트는 자연 치아에 비해 음식이 치아 사이에 더 잘 끼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 치아와 사이가 벌어져 보철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며 “치실과 치간 칫솔을 열심히 써 임플란트 제거 원인인 임플란트 주위염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