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의 건강한 대안으로 여겨졌던 인공 감미료 에리스리톨이 혈전 생성으로 인한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에리스리톨은 단맛이 나면서도 열량은 낮아 제로 음료 등에 첨가되는 대체당의 일종이다.
8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팀은 “에리스리톨이 들어간 음료를 마신 사람은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1000배 상승했고 혈액 응고 위험도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동맥경화, 혈전증 및 혈관 생물학 저널’에서 이날 보고됐다.
연구진은 전날 금식한 2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10명에게는 에리스리톨 30g이 들어간 음료를, 나머지 10명에게는 설탕 30g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게 했다. 30분 후 혈액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에리스리톨 음료를 마신 이들은 혈중 에리스리톨 수치가 1000배나 상승했지만 설탕 음료를 마신 이들은 혈당 수치가 약간 상승했다.
특히 에리스리톨 섭취 후엔 혈액 응고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 에리스리톨 음료를 섭취한 피험자의 혈소판 반응성(응고)을 나타내는 모든 측정치가 상승한 반면 설탕 음료의 경우 혈소판에 영향이 없었다. 연구진은 “연구에서 음료에 사용된 에리스리톨의 양(30g)은 일반적인 무설탕 음료, 아이스크림 또는 머핀에 포함된 양과 같다“며 “이 연구는 에리스리톨로 단맛을 낸 음식이나 음료의 표준 제공량이 직접적인 혈전 촉진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고 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4000명 이상의 사람들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에리스리톨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경험할 가능성이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책임자인 클리블랜드 클리닉 러너 연구소의 스탠리 헤이젠 박사는 “에리스리톨의 경우 혈소판 반응성을 촉진시킨다. 해당 감미료가 10%만 있어도 혈전이 90~100% 수준으로 형성된다”며 “중년의 미국인들은 평균적으로 심장질환에 걸릴 수 있는 위험 요소를 2~3개씩 갖고 있는데, 우리 중 70%도 심장병에 걸릴 수 있는 확률이 있으므로 이 연구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심장마비, 뇌졸중 위험이 높은 심혈관질환자나 당뇨병 환자의 경우 소량의 설탕이 들어간 간식을 가끔 먹는 것이 대체당으로 단맛을 낸 음료나 음식을 섭취하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저칼로리 식품·음료업계를 대변하는 국제단체인 칼로리 컨트롤 협회는 CNN에 “소비자는 이 연구 결과를 극도로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10명이라는 제한된 수의 참가자에게 과도한 양(30g)의 에리스리톨이 투여되었는데, 이는 미국에서 단일 음료에 허용되는 최대량의 4배에 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