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소변은 참아야 된다고 했는데요. 그렇다면 대변은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대변은 참으면 안 됩니다! ‘똥은 참으면 약’이라는 옛말은 엄연히 틀린 말입니다. 지난 소변 편에 이은 잘 싸는 법 두 번째 시간, 오늘은 대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변의가 왔을 때 참는 행위. 항문까지 도달한 대변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세상 밖으로 나갈 태세로 항문까지 접근했던 대변을 참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대변이 뒤로 물러나게 되는데요. 그러면 직장 내 압력이 높아져 항문 주변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치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때, 대장에서 대기 중인 대변은 시간이 오래되면 수분이 증발해서 딱딱해지는데, 움직이는 연동 탄력이 떨어져서 결국 변비의 원인이 되는 겁니다. 대변 숙성 기간이 길수록 대장이 대변 속 퇴적물에 닿는 시간이 길어지는데요, 그 과정에서 대변 독소 자극으로 대장암 발생 위험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소변은 마른 저수지에 물 쟁여 놓는 식으로 하면 되고 배변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식으로, 즉 변의를 느낄 때 바로 배출시키는 게 좋습니다. 어찌보면 대변은 잘 싸는 게 아니고 잘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대변을 잘 만들 수 있을까요?
◇‘화캉스’ 절대 금지
변비를 줄이는 첫 번째 방법, 아침에 일어나서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공복 상태에서 물을 마시는 것은 위장을 자극해 소화가 활발하게 하고,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배출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대한 육류는 적게, 식이섬유는 많이 먹어야 합니다.
세 번째, 운동도 변비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활동량이 적으면 장의 연동운동이 적어지면서 변이 잘 배출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입니다. 여러분들 중에서도 ‘화캉스’를 즐기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화캉스, 바캉스처럼 화장실에 오랜시간 머무르며 휴식하는 행위를 말하죠. 이 화캉스가 변비를 악화시킵니다. 오래 변기에 앉아 있으면 혈액 순환과 장 활동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변기에 오래 앉아 있으면 장과 항문에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에 치핵과 치질 같은 항문질환을 유발합니다. 그러니 화장실 가서는 빨리 일을 보고 최대한 일찍 나오는 습관을 갖는 게 좋습니다.
◇자신만의 배변 발사각을 찾아라
자신만의 ‘배변 발사각’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변을 볼 때 잘 나오지 않는다면 허리를 앞으로 약간 굽히는 자세를 하는 게 좋습니다. 일종의 푸세식 화장실 자세이죠. 그러면 좌변기에 그냥 앉아 있을 때보다 복압이 높아져 대변이 밖으로 잘 나옵니다. 배변 시에 허리를 숙이거나, 변기 앞에 발판을 두어 발을 올리는 자세를 하면 됩니다.
이 방법은 변비가 있는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발에 힘을 줘야 배에도 힘을 줄 수 있으니, 아이들은 키에 맞는 발판을 쓰는 게 좋습니다.
◇케겔 운동으로 변실금 예방
고령화 사회로 나이 든 사람이 늘면서 소변이 찔끔 새는 요실금처럼 자기도 모르게 대변을 찔끔 흘리는 변실금 환자 수도 늘고 있습니다. 변실금은 가스가 새는 비교적 가벼운 증상부터 대변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흘러나오는 수준까지 증상이 다양합니다. 항문은 기체, 액체, 고체를 나눠서 배출할 정도로 예민한 운동 기능을 갖고 있는데, 이 기능이 부실해진 거죠. 일종의 항문 노화입니다.
변실금을 예방하려면 당연히 식습관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특히 기름진 음식, 매운 음식, 술, 밀가루 음식 등 설사를 유발하는 식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먹는 것 다음으로는 역시 운동이죠. ‘케겔 운동’이 중요합니다. 골반저근은 우리 몸 안쪽, 치골에서 꼬리뼈에 이르는 꼬리뼈에 이르는 근육인데요, 케겔 운동은 이 골반저근을 소변을 참을 때처럼 조였다 풀었다 하며 강화하는 운동인데요. 이를 강화하는 운동법은 지난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진짜 급할 땐 대변 이식
건강하게 만들어 낸 우리의 대변이 누군가를 치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서울의 한 유명 대학병원에서는 난치성 대장 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타인의 대변을 넣어주는 치료를 하는데요. 엄격히 말하면 다른 사람의 대변 속 장내세균을 이식하는 치료입니다. 이른바, ‘대변 이식술’이라고 불리는 치료법인데요.
사람의 대장에는 약 40조 개의 세균이 살고 있습니다. 이는 설사를 한다고 씻겨 나가지 않습니다. 이 ‘대변 이식술’은 대장 내 나쁜 세균이 과다 증식해 대장염이나 중증 설사를 하는 환자들에게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장내 세균을 넣어주는 겁니다. 그러면 환자의 장내세균 조성과 분포가 정상으로 돌아와 염증에서 회복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되죠.
세상만사가 잘 들어가야 잘 나옵니다. 골프나 테니스도 ‘피니시’가 좋아야 잘 맞습니다. 뒤가 괜찮다는 것은 그 앞이 괜찮다는 의미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대변은 잘 싸는 게 아니라, 잘 만드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을 잘해서, 위대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길 바랍니다.
글쓰는 닥터는 유튜브에서 ‘오건강’이나 ‘글쓰는 닥터’를 검색하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