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크나 퇴행성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은 대개 불의의 사고나 오랜 생활 습관에 의해 일어난다. 이런 병들은 병원에서 약물이나 시술 치료만으로는 안 되고 재활운동과 생활습관의 교정을 필요로 한다.

어렸을 적 다리가 부러진 경험이 있는 나도 나이를 먹으면서 무릎관절과 허리디스크 이상으로 이어져 지금은 병원에서 알려준 처방대로 긴장된 근육을 이완하고, 약해진 근육을 단련하는 재활운동을 생활화하고 있다. 자세 교정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질환은 재발하기 쉽다.

신체가 불의의 사고나 잘못된 습관으로 고장이 날 경우 재활운동과 생활 습관 교정으로 치유하듯 마음의 병도 재활운동이 필요하다. /셔터스톡

# 수면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ADD(주의력결핍장애),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 마음의 병도 마찬가지다.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은 예외지만 보통은 복잡한 현대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정신적 상처, 라이프 스타일 등에 기인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이 21세기를 대표하는 질병으로 떠오른 것이 이를 방증한다.

병원에 가면 약을 주지만 그것은 보통 대증요법일 뿐 근본적인 마음의 치유가 되지는 않는다. 항우울제나 항불안제가 일시적으로 마음의 허탈함에서 벗어나게 해주지만, 살아오면서 생긴 무수한 정신적 상처를 아물게 하거나, 알게 모르게 굳어진 자기의 생각・태도・습관을 교정시켜 줄 수는 없다.

거기에 생활고, 인간관계, 실존적 고뇌까지 더해진다면 참 막막해질 수 있다. 젊은 시절에는 일로써 잊을 수 있다손 치더라도, 은퇴하고 많은 시간이 주어지면 ‘벌거벗은 나’를 직면하게 된다.

여기서 자칫 대응이 잘못되면 심각한 정신장애나 암, 중풍, 치매, 또는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그중에서도 노인자살률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벌거벗은 나’를 직면할 때 흔히 겪는 것이 과거에 대한 ‘부정적 회고(depressive rumination)’다. 이때 본인은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아니면 심하게 자책하거나 할 수 있는데 둘 다 지양해야 할 태도다. 인간사란 어느 일방의 탓이 아니라 서로 맞물린 것이 아닌가.

정신과 의사들도 ‘과거는 과거다. 그걸 가지고 고민한다면 현명치 못하다’며 여러 가지 인지행동치료 등을 권한다.

나이 들수록 과거에 대해 부정적 회고를 하는 경향이 생기며 이는 정신장애나 암, 중풍, 치매, 또는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셔터스톡

# 대한성공회 수장(首長)인 관구장을 지낸 윤종모 주교는 본인의 기독교를 바탕으로 심리학에 명상을 더한 ‘치유명상’을 제의한다.

심리상담사 등 전문가들과 함께 자신을 들여다보고 아픈 상처도 치유하고, 나아가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일종의 ‘마음재활(再活) 운동’이다.

그는 어린 시절 가슴 아픈 가족사로 비롯된 트라우마가 있었지만, 사제가 되고, 유학 가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고, 명상을 하면서 이런 트라우마를 치유했다고 한다.

그는 주변에 심리상담사, 또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교제를 통해 자신의 성격이나 정신적 습관 등을 점검해 볼 것을 권한다. 이왕이면 스스로 초보적인 심리학 공부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종교의 도움도 좋지만, 특정 교리나 신에 대해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다만 여기에 꼭 필요한 것이 명상이다. 스스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 상태에 있다 보면 자기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어떤 통찰이나 메시지가 떠 오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심리학과 명상이 나를 바로 보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만약 각자 마음의 재활운동이 잘 이루어져 마음의 습관이나 응어리가 치유된다면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가 강조한 자기실현(self-actualization), 즉 ‘행복한 노화’로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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