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왜 그렇게 코를 골아?”라고 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십중팔구 ‘내가 언제 코골았다고 그래!’라는 볼멘소리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는 환자 본인이 가장 잘 알지만, 코골이는 다르다. 나보다 남이 더 잘 아는 병, 그것이 바로 코골이다. 코골이 때문에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환자는 대부분 가족 손에 이끌려 온다.
코골이,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주 증상이 잠자는 동안 나타나기 때문에 본인이 증상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코골이는 잠자는 동안 단순히 소음이 큰 것이고, 수면무호흡증은 잠깐씩 숨을 멈추거나 호흡량이 크게 떨어지는 상태가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검사가 수면다원검사다. 증상이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면 건강보험이 적용이 적용되고, 이 검사 결과가 있어야 수면무호흡증 치료에도 건강보험을 적용 받을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는 환자가 잠자는 동안 뇌파 변화와 안전도, 근전도, 심전도, 호흡기류, 흉부와 복부의 움직임, 혈중 산소포화도, 코골이 소리 등을 기록하고, 잠자는 모습을 영상으로 녹화한다. 한마디로 수면 중 나타나는 신체 변화를 낱낱이 파악한다.
이를 바탕으로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동반되는 불면증도 진단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에 불면증이 동반되는 비율은 22~50%까지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수면무호흡증과 불면증이 동시에 있을 때는 반드시 두 질환을 고려해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하므로 동반 질환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밖에 기면증,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 행동장애 등 다양한 수면 장애를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 결과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되면 이런 증상이 나타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상기도 수면내시경검사를 한다. 수면다원검사가 진단을 위한 검사라면, 상기도 수면내시경검사는 원인을 찾는 검사다. 상기도의 어디가 얼마나 막혀서 증상이 생기는지 알아야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에 따라 양압기를 쓸지, 수술을 할지, 아니면 체중 조절과 수면자세 개선 등 행동요법으로 치료할지 결정한다.
수면다원검사는 병원에서 하룻밤 자면서 시행한다. 검사 전날 저녁에 입원해 다음날 오전이면 두 검사 모두 끝난다. 잠자리가 바뀌면 잘 못 자 검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수면 시간이 5시간 이상이면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치매와 당뇨, 심∙뇌혈관계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위험요소다. 게다가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잠까지 빼앗아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된다면 수면다원검사부터 받아보자. 치료를 향한 첫걸음이 여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