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팝송은 ‘마이 웨이(My Way)’, 가요로는 ‘아침 이슬’을 꼽을 수 있다.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른 ‘마이 웨이’는 인생 수많은 역경 속에서 분투한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대견해하는 노래며,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김민기 작곡, 양희은이 노래한 ‘아침 이슬’은 1970~80년대 헐벗고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자는 분투의 노래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사진 왼쪽)나 양희은의 ‘아침 이슬’은 왜 내 인생이 이 모양이냐고 푸념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황을 수용하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는 긍정과 희망의 노래다. /앨범 캡처

세계 최고 스포츠 엘리트들이 모여 펼친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의외의 선전을 보면서 그 두 노래가 생각났다. 그네들이 영광의 그 순간까지 겪었을 ‘그들의 길’이 떠올랐다.

이번 올림픽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한국 선수들의 달라진 마음자세와 정신력이다. 과거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결정적 고비 때마다 ‘유리 멘탈’로 무너진 적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고비 때마다 ‘강철 멘탈’로 상대방을 제압했다.

또 승패를 떠나 경기를 즐길 줄 알았고, 겸손과 배려, 평정의 좋은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강하면서 유연한 멘탈이 됐는가.

나는 우리나라의 스포츠 과학, 그중에서 긍정심리학과 뇌과학의 접목을 통한 멘탈 트레이닝 덕이 매우 컸다고 본다.

이번에 특히 좋은 성적을 낸 펜싱·양궁·사격·배드민턴 선수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그들은 항상 스스로 일거수일투족을 의식하며 24시간 계획된 치밀한 멘탈 강화훈련을 해왔다.

평소 부정적 대화는 일절 삼가고, 긍정적 정서를 유도하는 ▲자기 격려(pep talk)▲ 자기긍정확언(self talk, self-affirmation)을 생활화했고, 늘 최상의 모습을 상상하고 자기효능감과 스킬을 극대화하는 ▲이미지 트레이닝(image training) ▲머릿속 시현(mental rehearsal) ▲자기교습훈련(self-instruction training)을 해냈다.

경기 시 경험하는 엄청난 압박감을 이겨내기 위한 ▲편도체 안정화와 전전두피질 활성화를 위한 명상 등 뇌 훈련과 함께, ▲힘든 순간에서도 행복감을 찾고 삶을 즐길 줄 아는 여유, ▲나아가 승패를 떠나 담담히 받아들이고 인생의 의미를 찾는 지혜의 능력 등을 강화 시켜 나갔다. 그래서인지 스포츠맨십을 넘어 진정한 ‘인격자’적 면모를 보인 선수들도 있었다.

양궁 국가대표팀이 파리올림픽 전 종목 석권을 이루는 데에는 평소 과학적이고 치밀한 멘탈 트레이닝의 효과가 크다. /파리올림픽 공식계정

# 지금 한국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됐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매우 불행해하고 있다.

사회나 개인이나 늘 비판, 비난, 부정 일색이며,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시스템과 여건하에서 살면서도 늘 최악의 미래를 상상하고 산다.

정치에서 보듯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조차 작은 압박감도 못 참고 평정을 잃고 사소한 일에서도 서로 싸우고 으르렁거린다. 그러니 저잣거리 일반인들은 어떻겠는가.

비유하자면 파리올림픽서 선전한 한국 선수들의 행동-마음 자세와 정반대로 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지금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하는 진짜 이유는 외부적 상황이 아니라 자기내면적 상황에 있다고 본다. 각자 ‘자신이 원하는 현실’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가족, 친구, 직장, 일, 상황, 세상이 아니라는데 실망하고 좌절하고 분노한다. 그러나 행복은 단순하다. 지금 현실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느냐는 불만에서가 아니라 지금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려고 할 때 찾아온다.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 ‘마이 웨이’나 ‘아침 이슬’은 왜 내 인생이 이 모양이냐고 푸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상황을 수용하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는 긍정과 희망의 노래다.

이런 우화가 있다.

어떤 여행자가 들에서 만난 목동에게 물었다.

“오늘 날씨가 어떨까요?”

“제가 좋아하는 날씨일 겁니다”

“그걸 어떻게 아시죠?”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만을 항상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거든요. ...그래서 제게 일어난 일을 항상 좋아하자고 결심했죠. 그러니 오늘 날씨가 어떠하더라도 저는 그것을 좋아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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