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단번에 끊어버리는 금연이 아닌 흡연량을 천천히 줄여나가는 ‘감연’도 건강에 도움이 될까. 심근경색 등 주요 심혈관 질환 발생률을 비교해 봤을 때, 감연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파리 비샤-클로드 베르나르 병원 연구팀은 관상동맥 환자 3만2000여 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해 흡연 상태와 주요 심혈관 사건(MACE)의 상관관계를 살피는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29일(현지시각) 공개했다. MACE는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하거나 심근경색이 발병한 경우를 의미한다.
대상자 중 1만3366명(41.3%)은 비흡연자였고 1만4973명(46.2%)은 과거 흡연했다가 금연했다. 나머지 4039명(12.5%)은 흡연 중이었다. 다만 흡연자 중 72.8%는 관상동맥 진단 후 1년 안에 담배를 끊었으며 그중 27.2%는 몇 년간 금연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흡연 여부 변화와 MACE 발생률을 살펴본 결과, MACE 위험은 흡연 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8%씩 증가했다. 또 관상동맥 진단 후 금연한 사람과 계속 흡연한 사람을 비교했을 때, 금연한 사람은 그 시기와 관계없이 MACE 발생 위험이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흡연량을 천천히 줄인 흡연자의 MACE 위험도는 4% 감소하는 데 그쳐 유의미한 효과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흡연자였던 사람이라면 이후 금연을 했더라도, MACE 발생률이 담배를 피운 적 없는 사람의 수준까지는 떨어지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쥘 메스니에 박사는 “금연하기에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었다는 건 없다. 일찍 담배를 끊을수록 심혈관 위험을 낮추는 데 좋다”며 “흡연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금연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은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보건복지부에서는 개인의 흡연 습관과 니코틴 의존도를 고려해 적절한 금연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흡연량이 많고 니코틴 의존도가 높은 경우 단번에 금연하게 되면 심한 금단증상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 추적조사에 따르면 ‘감연’은 금연에 이르는 비율을 약 1.7배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