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으로 관찰한 헬리코박터균. /위키미디어

헬리코박터균 감염으로 인한 위궤양이 치매 발병 위험을 3배가량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울러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일찍 시작한다면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동우 교수와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 임현국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여부에 따른 치매 발병 위험도를 평가해 이런 결과를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미국노화학회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제로사이언스’(Geroscience) 최신호에도 발표했다.

헬리코박터균은 소화성 궤양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균으로 위와 십이지장 점막에 서식한다. 국내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50~6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균은 혈관뇌장벽을 통과해 뇌 내 신경염증을 유발하고,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인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의 침착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헬리코박터균 감염으로 인한 소화성 궤양은 신경세포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한다. 장내미생물 균총에 변화를 일으켜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다만 다행히 헬리코박터균은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를 복용하는 등의 제균 치료로 없앨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국내 55~79세 중장년 4만7628명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팀은 소화성궤양 환자를 5·10년 주기로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건강한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이들의 치매 발생 위험이 약 3배가량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혈압·당뇨병·허혈성 심장질환·고지혈증 같은 다른 치매 위험 인자의 영향을 통제한 결과다.

연구팀은 제균 치료 시기에 따른 치매 발생 위험 정도도 살펴봤다. 위궤양 진단 이후 6개월 이내 제균 치료를 시작한 ‘조기 치료군’과 1년 이후 시작한 ‘지연 치료군’을 5년과 10년 간격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지연 치료군이 조기 치료군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치매 발생률을 기록했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신경퇴행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소화기 질환과 신경퇴행성 질환 간 복잡한 상호작용을 고려할 때, 감염성 위장 질환이 치매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볼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며 “이번 결과를 통해 치매 예방과 치료 전략에 새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