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문화가 발달된 서양에서는 의사가 우울증 환자를 만났을 때, 언제부터 우울했느냐고 묻지 않고 언제부터 춤을 추지 않았느냐고 물어본다.
춤은 인생의 활력, 신체적 건강, 심신의 균형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우울하고 낙담하고 지친 사람들은 춤을 추고 싶은 욕망도, 에너지도 없다.
199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 친 영화 ‘쉘 위 댄스(Shall We Dance)’도 단조로운 삶에 지친 중년남성이 춤을 통해 삶의 의미와 행복을 재발견하는 내용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명상을 하고 대자연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다. 춤 이름은 ‘저절로 춤 일시무(一始舞)’. 아무런 형식이나 훈련, 음악도 필요 없다. 그저 자기 내면에서 나오는 흥과 리듬에 맞춰 몸이 내키는 대로 추는 춤이다.
굳이 격식이 있다면 일단 5분 정도 ‘우두커니’ 서서 눈을 감고 생각으로 찌든 머리를 비운다. 이윽고 몸이 가벼워지면서 흔들흔들 살랑살랑거릴 때 그냥 놔두면 몸이 알아서 저절로 춤을 춘다.
지난 7,8월에는 서울 인왕산과 북악산이 마주 보이는 종로구 부암동 윤동주문학관 위 공터 풀밭에서 진행됐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쉽게 무심(無心)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이 모임에 처음 온 20대 경영대학원생은 예사롭지 않은 태극권 계통의 춤동작을 매우 빠른 속도로 선보였다. 나중에 물어보니 한번도 배워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저런 숙련된 동작이 몸에서 나올 수 있을까.
싱잉볼 명상을 하는 40대 여성은 발로 힘차게 바닥을 두드리면서 매우 원시적 형태의 춤을 추었다. 몸에서 나오는 거센 원초적인 힘을 발산할 때 느껴지는 쾌감과 후련함…. 그 속에서 자신의 살아 있음과 환희를 극명하게 느꼈다고 했다.
나 역시 머릿속이 텅 비면서 몸의 움직임에 맡겼다.
이 춤을 창안한 사람은 출판사 정신세계사 창립자 송순현씨(73).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대초 살벌한 군부독재시대때 우리 고유 선도(仙道)수련법을 소개한 소설 ‘단(丹)’으로 밀리언셀러를 만들며 단전호흡・정신・영성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다.
그가 2007년 제주도로 내려가 자연 속에 살면서 과거 40여년간 접해온 다양한 명상법과 심신수련법들을 토대로 만든 자기계발법이 ‘저절로 춤, 일시무’다.
“‘일시무’는 어떤 기법이나 기술이 필요치 않다. 몸과 마음을 생각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하면 된다. 내면에서 흐르는 생명의 기운이 저절로 자연의 리듬에 동조하게 되는 것이다. 매일 집안에서나 바깥에서 10~20분씩 추면 원기충전, 심신정화, 의식각성, 호연지기 함양에 도움된다.”
그는 통합의학자이자 영성학자 디팩 초프라가 저서 ‘우주리듬을 타라’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우주 공간 별들의 심포니와 호흡을 맞출 때 모든 것이 애쓰지 않아도 절로 이루어지며, 우주의 충일함이 우리 안에서 황홀한 기쁨으로 흐른다.”
은퇴한 전직 교사는 “춤을 추는 동안 잡념이 일어나지 않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안 생기고, 평화로웠다. 오직 몸짓만이 있고 생각은 사라졌다”고 했다. 무심(無心)・무아(無我)의 경지다.
건강과 행복을 찾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의외로 단순하기도 하다. 문제는 당신이 앉아서 이런저런 머리 굴리며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