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움. /Flickr

코가 막히면 이비인후과에 가고, 배가 아프면 내과에, 아이가 아프면 소아청소년과에 간다. 그런데 어지럼증은 좀 다르다.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어지럼증이 심하면 뇌에 무슨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가 걱정되고, 당장 응급실에 가야 하나 싶은데, 요즘은 응급실 가는 것도 멈칫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어지럼증’이라고 하는 증상은 사실 하나로 묶기 힘들만큼 양상이 다양하며, 양상에 따라 어느 병원을 먼저 가야 하는지 달라진다. 가장 흔하게 경험하는 어지럼증은 오랫동안 앉았다 일어나거나 사우나에 있다가 나올 때 어지러운 것이다. 하지에 혈액이 몰려 정체된 상태에서, 일어날 때 순간적으로 혈압이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일 가능성이 크다. 잠시 쉬면서 안정을 취하면 곧 회복되므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또 높은 곳에 있거나 멀미로 어지러울 때도 편안하게 쉬면 좋아지므로 치료가 필요한 병적인 증상으로 보지는 않는다.

이런 가벼운 어지럼증과 달리 ①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 어지럽거나 ②머리를 움직일 때 어지럼증이 더 심해지거나 ③어지러우면서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까지 나거나 ④아주 심하게 어지럽지는 않지만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휘청거리거나 ⑤일자로 걷지 못하거나 ⑥어지러우면서 사물이 두 개로 보이거나 ⑦어지러우면서 말이 어눌해지거나 ⑧몸의 한쪽 감각이 떨어지거나 마비되는 것은 병적인 어지럼증이므로 반드시 병원에 가서 원인을 찾고 치료해야 한다.

병적인 어지럼증은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귀의 문제로 생기는 ‘말초성 어지럼증’이고, 다른 하나는 뇌 이상에 의한 ‘중추성 어지럼증’이다. 병적인 어지럼증의 80%는 ‘말초성 어지럼증’이고, 나머지 20%는 ‘중추성 어지럼증’으로 본다. 귀에는 몸이 균형을 잡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정기관이 있는데, 여기에 이상이 생기면 마치 롤러 코스터를 탄 듯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회전성 어지럼증이 생긴다.

앞의 어지럼증 증상 중 ①~③은 귀 문제에 의한 말초성 어지럼증이므로 이비인후과에서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이런 어지럼증은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좋아지기도 하고, 갑자기 어지럼증이 생겼다가 몇 분, 혹은 몇 시간 만에 사라지기도 한다. 이비인후과에서는 간단한 검사로 어지럼증의 원인이 귀에 있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

어지럼증이 ④~⑧의 양상을 보인다면 ‘중추성 어지럼증’을 의심할 수 있으므로 되도록 빨리 신경과에 가야 한다. 특히 60세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이 있거나, ⑥, ⑦, ⑧ 증상이 있을 때는 가능한 한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하지만 일반인이 증상만으로 중추성과 말초성 어지럼증을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이비인후과와 신경과가 같이 있어 협진이 가능한 병원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