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30대 의사 부부가 아내의 우측 상복부 통증으로 진료실로 찾아왔다. 아내가 남편과 함께 고민해본 결과, 우측 늑연골(갈비뼈) 부위 통증으로 생각돼서 흉부외과로 온 것이다. 통증은 2년 전부터 배에 힘을 주거나 몸을 비틀 때 날카롭게 느껴졌다. 의사 부부라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 알아보았지만, 뚜렷한 진단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아 간단치 않은 문제로 보였다.

진찰을 해보니 우측 하부 늑연골 특정 부위를 누르거나 누른 상태에서 심호흡을 크게 하면 통증이 악화되었다. 특히 누운 상태에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듯 복부에 힘을 주면 이 증상이 더 심해졌다.

골절이 아니면서 이런 증상을 보이는 경우 늑골 미끌림(slipping) 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단순 X선 검사로는 진단이 안 되고, 흉부CT를 통해 늑연골의 이상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하지만 확정 진단은 초음파검사를 통해 실시간으로 늑연골의 미끌림으로 인해 통증이 유발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 증후군은 진료 현장에서 놓치기 쉬운 잘 알려지지 않는 병이다. 앞쪽 늑연골은 중앙의 가슴뼈로 모여 붙는데, 이때 아래 늑연골의 과도한 움직임이 있으면 늑골 충돌이 일어나 통증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8, 9 또는 10번째 늑골 중 앞부분의 과도한 움직임으로 일어난다.

치료는 과도하게 미끌리는 늑연골을 제거하는 것이다. 예상대로 주변 늑연골에 붙어 있어야 할 8번 늑연골 끝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뾰족하게 변해서 상부 늑간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이에 8번 늑연골을 충분히 절제하고 치료를 마쳤다. 골절 없이 심호흡할 때마다 늑연골 부위에 통증이 오면, 생각해 볼 것이 늑골 미끌림 증후군이다.